한달 전쯤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신을 올려야 하는데 내것도 적어달라는 거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써달라는 대로 적었다. 이후 알아보니 꽤나 알려진 상에 기사를 출품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그날부터 혹시나 발표가 빨리 나지 않을까 수차례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수상 발표가 있는 당일에도 말이다.
수상 발표 당일 예상치 못하게 바쁜 취재가 있었다. 일정을 다녀온 뒤 멍하게 있는데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수상에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선후배를 포함해 내 이름 석자가 떡하니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이 일을 하면서 상을 받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문득 선정된 기사의 현장이 스쳐지나갔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취재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뻗치고 있었던지. 그래도 다행히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어 기사 마감을 할 수 있었다.
시상식 전날밤 나는 거울 앞에서 여러 옷을 걸쳐봤다. 셋업이야 업무 특성상 매일 입는 거지만 그래도 뭔가 좀 다르고 이쁜 옷이 없나 살펴보고 싶었나보다. 결국엔 자주 입던 검은색 자켓을 입고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하게 됐다. 이날은 참 더웠는데 왠지 자켓을 벗기가 싫었다. 괜스레 어깨에 힘을 좀 주고 싶었던 걸까. 시상식 장소 앞에서 만난 선후배들을 보고 남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든 노트북을 펼쳐야하는 우리 모두 어디에서 굴러도 티가 나지 않는 검은색 백팩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진행됐고 왜 이 기사가 뽑혔는지 간단한 심사평을 들을 수 있었다. 수상자들은 앞에 나가 상을 받고 사진과 카메라 기자 앞에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야 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으려고 노력했다. 어색해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뭐 그런대로 무난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스케줄이 모두 끝난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상장을 펼쳐봤다. 기자엔 내 이름이, 수상명엔 취재보도부문이 적혀있는 게 퍽 어색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일을 하면서 상을 받는다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 세상을 놀라게할 단독도,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는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기회를 떠나 역량이 내겐 없다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선후배들 보도에 숟가락을 살짝 얹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지워지지 않는 족적하나는 남기게 됐구나 약간의 뿌듯함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물 위에선 보이지 않지만 그 밑에선 나름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고 있었음이 증명된 셈이니까. 감사한 일이었다. 어쨌든 좋은 기회를 잡은 거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근간을 하나 더 채웠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다른 욕심없이 내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