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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Nov 20. 2022

/ 창조 그 너머



태초에

패턴과 기호와 수려한 곡선이

다섯 가락 손에서 창조되었을 때

피조물들은 어떠한 수려함을 느꼈을까!


허나 이제는

그 찬란했던 동작들을

유리상자에 고이 담고 냉안시 바라보니

창조도 낡은 것이 되어

비통하고 참담할 따름이다.


창조는 시류를 따라 속절없이 상실되어 가고

움켜쥐려 할수록 놓치는 것들이 많은 작금은

밑으로 밑으로 내달리는 폭포와 같다.


손가락 사이로 비켜가는

남은 생명의 동작들이

조급해진 마음까지 쓸어가 버린 뒤에야

더는 새로울 수 없는 창조 그 너머에

결미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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