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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Apr 07. 2023

#39.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마 27:32-44

[39,41,44절]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이르되”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이와 같이 욕하더라

 마태 역시 다른 복음서 저자들처럼 예수님이 당하신 고통보다 수치를 강조합니다. 고통당하는 자는 동정과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 영웅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미디어가 소비하는 예수의 이미지가 그런 것 같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것은 교회마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영웅적으로 그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결단코 그런 이미지를 거부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이 본문을 묵상하면서 마음에 선명하게 떠오른 생각은, 우리가 예수를 영웅화하길 좋아하는 마음 이면에 예수를 모욕하고 희롱하고 욕하는 우리의 죄성을 감추고 외면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고통은 견뎌도 모욕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예수를 믿으면서 고난을 당하는 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고 견뎌 볼 수 있지만, 조롱과 수치, 부끄러움을 당하는 것은 도무지 견디질 못합니다. 그러나 죄의 본질은 ‘부끄러움’에 있습니다(창 3;7).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수치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요, 예수의 십자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주여,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얼마나 십자가를 모르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우리의 무지는 여전히 당신을 모욕하고 희롱하고 욕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 교회에 부끄러움을 허락하시니 감사합니다. 세상 속에 한국 교회가 부끄럽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세상이 교회를 조롱하고 모욕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이 희롱과 모욕 가운데서 우리 주 예수를 발견하게 하소서.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소서. 그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하소서.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은 수치와 조롱과 모욕과 침 뱉음과 희롱과 저주의 십자가 위에 계십니다. 우리가 주를 떠나 어디로 가겠나이까? 히브리 기자의 외침을 따라 우리도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 주께로 나아가게 하소서.


[40,42,43절]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그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실지라”

 각자 품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떤 형상이든지 그것은 우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이런 분이셔’, ‘하나님의 뜻은 이런 거야’, ‘하나님을 믿는 자는 이래야지’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형상’은 모두 구주를 모욕하고 조롱할 뿐입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우리는 이렇게 마귀의 말을 합니다.

 하나님, 당신은 모든 지혜 위에 뛰어나시며,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십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정의하거나 묘사할 수 없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그 어떤 피조물도, 심지어 천사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일하셨습니다. 영광의 하나님께서 저주의 옷을 입고 종의 형상에 자신을 제한하셨습니다. 생명 그 자체이신 분께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천국 그 자체이신 분께서 지옥까지 내려가셨습니다. 도대체 그 누가 이것을 이해하거나 설명하거나 묘사할 수 있습니까? 그 누가 감히 하나님의 이런 계획에 훈수할 수 있습니까?

 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건방지게 하나님의 일하심은 이래저래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게 여기는 것들을 모아다가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길 좋아합니다. 우리 안에 금송아지가 너무도 많습니다. “유다야 네 신들이 네 성읍의 수와 같도다 너희가 예루살렘 거리의 수대로 그 수치스러운 물건의 제단 곧 바알에게 분향하는 제단을 쌓았도다”(렘 11:13).

 그리스도 예수여, 우리를 구원하시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우리의 신랑, 우리의 주님.. 우리의 모든 우상을 파괴해 주세요. 모세가 그러했듯 당신의 거룩한 말씀으로 우리의 모든 우상을 진멸해 주세요. 그래서 밝은 눈을 들어 십자가에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매달려 있는 당신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부활의 아침에, 우리는 보드라운 피부의 예수가 아니라 구멍 난 손과 발의 예수를 만나길 원합니다. 우리의 안식은 당신의 뚫린 옆구리에서 피와 물처럼 흘러나옴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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