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

개는 산에 자리잡지 못했다.

by 강신규

13년을 키운 개가 죽었다. 개는 마당 화단 깊이 숨어 죽어서 하루 동안은 밖에 도망갔나 싶었다. 개는 자기 죽기를 어떻게 알고 평소 가지 않던 화단 구석에서 옆으로 누워 죽었을까.

나는 개를 고향 산에 묻기로 결심했다.

일단 개를 쌀자루 두 개를 맞대어 감싸서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죽은 개는 무거웠다.

여름 날씨에 내장이 상한 개는 코에서 진득한 피를 흘렸다. 죽은 개는 무서웠다.


죽은 개를 싸들고 산을 오르는 일이 고되었다. 자꾸 발이 흐르고 개를 싼 쌀자루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일은 산꼭대기에 있었다. 나무뿌리가 밧줄처럼 얽힌 땅을 팔 수가 없었다. 삽이 튕기고 곡괭이가 옆으로 꺾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방을 빠르게 둘러봤다. 나무뿌리 그물이 산을 장악하고 있었다. 개를 싼 포대기 한쪽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내려가자.'


개를 안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왔다. 혹시 자리가 있을까 둘러보다가 어린 감나무 아래 주변에 붉은 흙이 보였다. 금방 심은 감나무 주변은 흙이 보슬보슬해서 손으로도 땅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나무 주인에게 미안했지만 개를 그곳에 묻었다.


일년이 지나고 감나무 아래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나무는 자라고, 비슷한 나무들이 줄지었고, 산의 형세가 변해서 묻은 곳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개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개는 말을 못한다.


그때 배운 것

1. 죽은 개는 무겁다.

2. 죽은 개는 무섭다.

3. 산에 구덩이 팔 생각마라.

4. 산에 돈을 숨기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