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시래깃국

죽음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by 강신규

외사촌이 죽었다. 그는 외가의 장손이었다. 이 사실은 외할머니에게 비밀이었다. 외사촌이 해외 파견을 나갔다고 거짓말했다.


일년이 지나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모는 큰 결정을 했다. ‘슬픔은 한 번에 겪는 게 낫다’라는 것이다. 할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식구들이 한자리에서 저녁밥을 먹을 때, 이모가 할머니에게 사실을 말했다.


“엄마, 동일이 죽었다.”


할머니는 입이 크게 벌어진 상태로 굳었다. 할머니의 까만 목구멍에서 ‘꺽꺽’ 소리가 새어 나왔는데, 마치 배 속에 까마귀 한 마리가 울고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그렇게 한참을 울고는 손바닥으로 흐르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다시 눈 안으로 밀어넣었다.


울음을 그친 할머니는 밥상을 반 바퀴 돌아 외삼촌 앞으로 성큼성큼 갔다. 나는 할머니가 외삼촌을 때리려는 줄 알았다. 할머니는 외삼촌 앞에 앉아 밥숟가락으로 밥을 크게 떠 시래깃국에 말아서 외삼촌 입으로 가져갔다.


“먹어라 먹어. 니, 밥도 못 먹고 있지? 내 맘이 이런데 니 맘은 어떻겠노. 먹고 일어서라.”


외삼촌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할머니가 떠 주는 밥을 어린아이처럼 받아먹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시래깃국을 쳐다보았다. 된장이 가라앉은 시래깃국은 맑았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래깃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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