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닭 아줌마
07월 05일 수요일 오전 07시 43분
'앗싸~'
복잡한 출근길.
운이 좋게도 지하철 안 비어있는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수원 매탄권선역에서 서울 압구정로데오역까지 장정 두 시간에 걸쳐 지하철 역을 지나치는 동안, 지하철 안은 승객들로 점점 붐비기 시작했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급기야 지하철 안 에어컨도 더 이상 시원하지 않다. 그렇게 꾸역꾸역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 사이에서 졸고 있던 그때..
"아씨, 왜 사람을 밀쳐내! 들여보내야지! 성격 참 이상하네!"
졸다가 잠이 확 깼다.
내 옆에 서 있던 빨갛고 파란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파마머리 아주머니가 신경질이 잔뜩 나 있다. 아주머니는 지하철역에 멈출 때마다 화를 냈다.
"아, 쫌, 그만 밀치라고. 사람들 성격이 왜 이래!"
"아씨. 좀 나와보라고, 아, 짜증 나, 정말!"
"어머머, 사람들 왜 이래? 건드리지 말라고!"
"아씨, 자꾸 밀쳐지잖아!"
아주머니의 혼자만의 혈투는 한동안 이어졌고, 나를 포힘해 함께 지하철에 있던 승객들은 그 모습을 강제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잠은 다 잤다.
'카톡!'
그때 카톡음이 울렸다. 전 직장 상사였다.
나에게는 은인인 분이신데,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그날의 성경 구절을 보내주신다.
'로마서 12장
17.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이 보기에 선한 일을 하려고 애쓰십시오.'
'하아...'
답장을 보냈다.
'국장님 저 지금 출근 중 지하철 안인데, 안 그래도 옆에 아주머니께서 계속 주변 사람들한테 욕을 해서 신경에 거슬렸는데... 국장님이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는 메시지를 뙇!!! 보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붐비는 지하철 안.
덥고 습한 날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
짜증이 안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오래전 만원인 버스에서 서서 가고 있는데 문득 버스 안과 밖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행복해 보이지 않는 무표정.
심지어 화가 나 보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나름 충격을 받았고, 나라도 웃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는데, 허벅지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졌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매우 황홀(?)한 표정으로 내 허벅지를 비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미소고 나발이고 아저씨를 향해 개썅*#₩&×+*을 날렸다.
아마 이번 지하철의 쌈닭 아주머니도 내가 모를 어떤 사연이 있는 거겠지.
처음부터 아무 이유 없이 욕하는 사람은 소시오패스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다른 사람 몸 비비지 맙시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