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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궁합에 대하여

by 현주영

종종 궁합을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사주를 정식으로 공부한 것이 아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이라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게 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강이라도 봐 달라고 하면 아는 선에서 봐주는 편이다. 나 역시 남편과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 전 궁합을 봤었다. 그것도 두 군데에서나 말이다. 한 군데에서만 보기에는 데이터의 양적인 측면에서 신뢰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또, 데이터의 다양성을 고려해 한 군데는 점집, 다른 한 군데는 철학원에서 보았다. 스스로도 대략 볼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 선택과 결정에 대한 전문가의 고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군데 모두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고, 전문가의 검증이 끝난 시점에서 내 느낌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본격적으로 결혼이라는 활시위를 당겼다.




내가 만세력으로 사주나 궁합을 재미 삼아 종종 보는 이유가 있다. 인생에 어떤 변수나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불확실하고 막연한 그 막막함이 싫어서이다.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로 인해 난처해지거나 혹은 몇 번의 연애로 얻은 시리고 짜증 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또, 나에 대해 내가 더 모르고 있다는 노파심에 철저한 자기 객관화를 위한 어떤 지표 같은 것이 필요해서이다. 그래서 남을 판단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성향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 살아가는 데에 좀 더 성찰이 필요하거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들을 먼저 보기 위함이다. 미리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물론 결혼을 앞둔 지인들의 궁합을 봐주다가 아주 곤란한 경우도 간혹 있었다. 별로 좋은 궁합이 아니었던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모두들 본인들의 선택을 더 존중했다. 그 결과 마지막이 이혼으로 끝난 경우도 있었고, 다행히 잘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건대, 궁합은 조심할 줄 아는 이들에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너와 나는 이러한 성향이니 서로 싫어하는 것을 조심하며 잘 살아보자는, 작은 위협에도 움츠러드는 달팽이 눈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적당한 톨레랑스를 베풀 줄 아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또 그 과정에서 건강한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이 잘 이뤄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궁합이 좋지 않았던 경우 모두 당사자들에게 이러이러한 점에서 궁합이 별로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각각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을 보고 참 신기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곰곰이 돌이켜 보면 그 차이는 미숙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묻어났던 내 진심 어린 이야기를 받아들이던 사람의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내 종교는 천주교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점집이나 철학원에 가서 운세를 보는 것도 아니고, 사주나 타로 같은 역술을 전적으로 믿는 것도 아니다. 사주를 어깨너머로 보게 된 것도, 어렸을 때 친구와 호기심으로 갔던 사주카페에서 나는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도대체 저 사람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다만 나는 나에게 들어오는 조언은 약이라고 생각한다. 약도 독이라고 생각하면 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독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 혹여나 궁합이 좋지 않더라도 참고만 하되 성급하게 결론을 지어선 안될 일이다. 원활한 결혼생활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상호보완해 줄 줄 아는 기적 같은 동심과 나에 대한 적절한 고집과 가끔은 상대방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해 줄 수 있는 대나무와 같은 유연함이니까.


본가에서 키우는 고양이들. 서로 궁합이 안 맞다
그래도 같이 지내야 할 땐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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