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성 Aug 25. 2023

<형사록2>, 눈물나게 고맙다

<형사록 시즌2>(한동화, 2023)

배우 김신록, <지옥>을 통해 알았고 <형사록2>에서 새롭게 보인다. <형사록2>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지옥>에서 존재감 폭발했지만 호흡이 짧아 아쉬웠던 캐릭터 그 자체였다. <형사록2>에서 연주현 팀장의 표정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어색하다고 해야할까, 그런 표정이 시선을 잡아 당긴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연기를 하는 게 보인다. 발연기라는 말이 아니다. 연기를 신경쓰는 게 표정에서 읽힌다. 그게 나쁘지 않다. 생각하는 연기,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캐릭터는 어떻게 연구하는지, 눈길을 끈다. 아직 매체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가 보다. 아니 그것도 계산된 거?


카메라(촬영 감독)도 그걸 아는지 장면(씬)과 장면 사이 클로즈업 숏이 자주 들어간다. 김신록의 클로즈업을 견디는 연기가 드라마를 살렸다. 제대로 본 건 둘, 몇 작품이 더 있는 거 같은데 찾아 봐야겠다. 인터뷰 한 게 있나? 오랜 만에 궁금한 배우가 생겼다. 김신록, 이 배우를 주목하라.


김신록 배우


김신록은 아슬아슬했다. 끝까지. 그런 연기가 좋았다. 6부까지 팽팽하던 서사 흐름이 7편에 들어서면서 급물살에 떠 밀려 뻔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뻔한 개싸움과 늘 그렇듯 뻔뻔한 결말, 그 사이 연주현 팀장(김신록)의 클로즈업(연기) 탓에 그나마 활력을 잃지 않았다. 




8부 20:34부터 23:14까지, 김택록 형사와 연주현 팀장의 대화 장면은 눈부셨다. 이 장면이 드라마를 살렸다. “제 감정 함부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저 지금 형사님 원망하는 거 아니에요. 형사님이 이 일에 끼어 드는 게 너무 불쾌한 겁니다.”, “형사님 자격없어요. 이런 조언하실 자격이, 형사님은 없습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남자의 미안함은 공감 능력을 상실했다. 대개•자주 그렇다. 이 대화는 <형사록> 시즌 1•2 서사 전체를 전복한다. 드라마의 끝은 이 대사를 뱉은 임주현 팀장에게 맡겨야 했다. 김택록은 결국, 알아듣지 못했다. 이 장면과 대사를 넣은 연출과 각본, 편집에게 박수를 보낸다. 장하다.


보석같은 대사 후 이어진 짧은 인서트 샷, 카메라는 먼 바다를 비춘다. 태양은 쨍하게 비추고 바닷물은 환하게 찰랑인다. 김택록 형사가 뛰어다녀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아는 드라마는 결국 전원 소탕, 환타지로 끝을 맺는다. 늘 이런 류의 서사 끝이 헛헛한 이유다. 




하지만 근사한 각본이라 느꼈다. 혹시나 해서 제작진을 찾아보니 ‘크리에이터'라는 게 눈에 밟혔다. 임창세, ‘시즌1 집필‘이라고 뜬다. 기획과 각본, 연출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 없는 자리가 품질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고 싶)다. 기획이 중요하다.





연주현 팀장을 소모적으로 쓰지 않고, 중간에 죽이거나 빼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줘서, 중요한 대화 장면과 클로즈업, 적절한 전사와 역할을 부여해줘서, 김신록 연기를 자세히 보게 해줘서, 눈물나게 고맙다. 다만 권총 잡는 자세는 장르에 맞춰 기깔나게 연습 좀 합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하지만 색다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