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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성 Sep 17. 2023

사소하게 사라지는 것들

봄•가을 근사했던 집 근처 산책로가 매끈한 도로로 변했다. 길섶을 다 쳐내고 들풀과 야생 꽃, 작은 나무들을 싹 잘라 길을 넓혔다. 차 두 대가 머뭇거리지 않고 오갈 수 있는 딱 그 넓이로. 사람 다니던 길을 차 지나는 길로 바꿨다. 콘크리트로 바닥 공사 하더니, 아스팔트로 덮고 속도 방지턱을 만들더니, 하얗고 노란 줄을 그어 기어이 도로로 만들었다. 작은 천변 건너 절과 산으로 가는 차 다니는 도로가 이미 있는데도.


납작해지고 널찍해진 길이 어색하다. 하루에 차가 몇 대나 다닌다고. 도로쪽으로 크게 팔 벌린 나무는 반쪽이 잘려나가고 더 한 것은 싹뚝 자르고 뽑았다. 사람에게 위로를 건내던 길, 아늑했던 기운과 재미난 소리가 사라졌다. 길은 쫙쫙 펴졌는데 걸을수록 마음이 삐툴어진다. 온 가족 밤 산책하고 새벽에 걷던 그 길에 흘린 웃음과 수다와 사라진 추억, 산책길이 아니라 도로를 걸으니 기분이가 몹시 나쁘다. 길을 잃었다.


소소한 추억이 사소하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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