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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Aug 12. 2017

미카엘의 첫 술

미카엘의 이화주

첫술에 취하다

미카엘의 첫술은 녹색대학 개교날(2003년 4월 5일)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가장 가까운  지역인 병곡막걸리가 축제술로 마련되었는데 축제 흥에 취해 10살 어린아이였던 미카엘이  막걸리 한 사발을 순식간에 들이켰다. 오늘까지 미카엘의 막걸리 술량은 이날의 술량을 넘어본 적이 없다.

5분여 지났으려나. 발갛게 달아 오른 얼굴로 기를쓰고 중심을 잡으려 애를 썼으나  롤러블레이드는 균형을 잃고 몸은 흐느적 ... 결국 내가 ... 미카엘을 업고, 벗긴 롤러블레이드를 챙겨 들었으나 ... 취기로 늘어진 10살 아이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 롤러블레이드를 학교에 놓아두고 훗날 찾으러 오마하고 ... 학교를 나섰다.

롤러블레이드를 되찾았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으나 이후 병곡막걸리는 오늘까지 다시 맛보지 못했다.


이후 미카엘과 요셉 만의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카엘을 위해 택한 술은 이화주다. 내 할아버지 퇴계 할아버지가 즐기시던 술이라 가문의 계승의 가피도 있고, 버릴 것 없어 게으르고 단순한 내게 딱 맞춤이기도 하다.


처음의 이화주는 거칠다. 체의 중요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180메쉬는 아름다운 체다.(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미카엘과 요셉만을 위한 술 - 이화주는 요플레타잎, 음료타잎으로 개발되었다.


오행으로 이화주 색을 내면서는 알콜에 의해 갈변되는 현상에 당황했다. 수 많은 색 막걸리, 색 전통주가 사용하는 첨가물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화주는 알콜 갈변에 안정적인 색이다. 노랑은 유자, 빨강은 딸기나 장미, 초록은 녹차, 검정은 커피(요즘 커피 막걸리가 나오더라). 이 외에도 알콜에 안정적인 색을 찾았다. 보라색을 품은 알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화주는 소주로 증류되었고 숙성은 와인의 오크통이 아니라 대나무를 택했다. 술 맛과 향은 그윽한 탄성이 나오지만 대나무 특성상 자연 증발로 인해 잔량이 5일째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아 그리고 대나무 이화주 소주타잎은 구멍이 없어서 뚜껑을 파쇄해야 한다



색 이화주 막걸리 타잎, 요플레 타잎, 소주 타잎을 완성하자 색 이화주 안주로 색 소금은 어떨까? 해서 만든 색 소금.(강의 할 재료가 없다며 가르쳐 달라해서 무료로 가르쳐 주었더니 내 이름 쏙 빼고 전국에 강의 다니는 모씨도 있고, 손님에게 무료로 준다며 가르쳐 달라해서무료로 가르쳐 주었더니 특허 신청해서 신지식인이 된 모씨도 있다만 그네들의 색 소금은 초창기에 나조차도 신기하던 때의 색 소금이라 안정적이지 않다. 성급한 헌팅을 도둑한 딱 그만큼에 머물러 있을 색 소금)



이화주를 깔끔하게 즐기는 색 소금은 만족 이상이다. 트러플 소금은 더더욱.


이화주만의 안주로 선택한 것이 육포, 어란이다. 급하게는 두부.



분자요리는 놀라웠다. 요즘 논란인 용가리 쿠키는 오래 전에 하얀술 용가리 쿠키를 만들어 본 질소 냉각법이다. 이화주를 물방울 안에 담았다. 이화주 캐비어는 이화주 색만큼이나 다양했다. 이화주 커피맛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실온에서 2시간여 동안 형체를 유지했다.



뭐니 뭐니해도 분말 이화주는 미카엘이 학교 기숙사에서 이화주를 만들어 먹으며 교우했던 일등 효자이다. 스스로 만들어 먹던 이화주의 맛은 미카엘에겐 잊지못할 추억의 맛이다.



이화주의 발전을 위해 일본 사케 양조와 코지 누룩을 진지하게 살폈다. 수 년 동안. 병 중에는 대학생인 미카엘을 보호자로 대동하고 다녔다.


" 엄마, 이런 양조 환경이면 저도 여기 살고싶어요. "


자기 생각을  내비치지 않는 성격의 미카엘이 저절로 속내를 표현한다. 내가 이화주 자가 양조장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일본 양조장들을 꼼꼼히 살피고 난 이후이다. 술 담는 기술만으로는 사케 양조를 따라갈 수 없다. ( 사케 양조는 다음에 따로)



미카엘과 요셉을 위한 이화주의 탄생 이모저모다. 몇 몇 중요한 공개하지 않은 술병, 술잔, 안주 등등도 언젠가 공개할 때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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