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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an 12. 2020

증류소주

증류주의 누룩취, 곡물취, 화근내

국내 증류주의 대부분은 누룩취(누룩냄새)라든지, 곡물취, 탄내(화근내) 등이 가장 큰 결점이다. 밀누룩취는 가능한한 글루텐이 낮은 밀누룩으로, 곡물취는 곡물 건조, 보관, 정미의 안정화로, 탄내는 감압증류방식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헌데
밀누룩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밀은 글루텐 함량과 무관한 통칭 밀을 사용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적정 밀을 구하거나 농사 지어 밀누룩을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밀누룩 술의 맛이 안정적인 수 없는 이유이다. 아직 글루텐 함량에 따라 밀누룩을 만드는 곳을 나는 찾지 못했다. 밀누룩취는 내가 쌀누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곡물취는 내가 집중하고 있는 쌀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농사부터 안정적이지 않다. 옥토는 전국 어디에 있을까? 수확한 벼를 건조하는 온도는 쌀 단백질과 녹말을 변성시키는 온도가 대부분이다. 건조에서 이미 손상된 상태라서 벼 숙성은 벼 관리 시스템에 없는 경우가 역시 대부분이다. 일년 내내 보관하는 창고는 저온창고가 드물게 있을뿐이다. 강화에는 수십개의 정미소가 있다. 이중 단 두곳만이 연삭식 정미기로 정미한다. 스크루방식 정미기로 정미한 백미는 쌀눈이 분리된다. 쌀눈을 따로 팔거나 궂이 쌀눈쌀이라는 소제목이 붙는 이유이다.(연삭식 정미 쌀은 쌀눈이 거의 분리되지 않는다) 밥용쌀의 경우 쌀눈은 분리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술용쌀의 경우 이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쌀 표면 손상이 많은 스크루방식 보다는 연삭식으로 많이 깍는 편이 술용쌀의 경우에도 좋다.

탄내는 증류방식이 상압증류방식이어서 생기는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통적 소주고리 증류는 상압증류방식이라고 한다. 증류는 술덧에 포함된 휘발성 성분만을 분리하는 작업으로 에틸알코올이 주요성분이다. 에틸알코올의 비점은 상압에서 78로 물(100)보다 낮기 때문에, 알코올을 포함한 용액을 가열시켜 수증기로 만들면 수증기 중에 포함된 알코올의 농도는 술덧에 포함된 알코올 농도보다 높아진다. 따라서 증기를 냉각시켜 다시 액체로 만들면 알코올 농도가 높은 액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증류의 원리이다. 대개 상압증류방식의 경우 90도 이상에서 증류를 한다. 고온에서 증류를 하다 보면 강한 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술은 에탄올으로만 된 것이 아니다. 에탄올 중 2~3%의 미세한 물질이 술의 개성을 좌우한다. 에탄올 자체는 알콜 냄새 밖에 없는데, 술마다 향과 맛이 다 다른 것은 술 속의 미세 성분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미량 성분은 증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증류를 할 때는 처음엔 다소 낮은 온도에서 나오는 성분, 나중엔 더 높은 온도에서 나오는 성분 등이 증류를 마칠 때면 섞이게 된다. 상압증류를 하게 되면 술의 향과 맛을 좌우하는 미량 물질 중 높은 온도에서 나오는 물질(고비점 물질)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고비점 물질은 술 맛을 강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감압증류는 증류기 전체를 밀폐시켜 압력을 감소시키면 상압증류 경우보다 낮은 온도에서 증류를 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보통의 상압증류 소주는  90도 이상의 온도에서 증류되지만, 감압증류는 이보다 훨씬 낮은 섭씨 40도 부근에서 증류할 수 있다. 따라서 증류액에서 독한 맛과 향을 제어할 수 있다. 감압증류방식을 채택하면 기존 상압증류식 소주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술의 독한 맛과 탄내 등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상압증류의 경우, 높은 온도에서 증류가 되는 경계면에서는 90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데, 그 부분에서는 술이 타서 눌러붙는 경우가 더러 생겨 이런 이유로 술에서 탄내가 많이 나게 된다. 이런 것이 상압증류의 약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감압증류다.

장기숙성하는 고도주의 경우, 숙성 기간동안 여러 성분의 작용으로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주류에서 감압증류가 유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숙성과정의 기본 메카니즘은 미세 산화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양의 산소와 술 속의 성분들이 반응을 해서 술 속의 성분들이 훨씬 좋은 향 쪽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숙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숙성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숨을 쉬어야 한다. 바깥 공기가 미세하게 용기 속으로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스테인레스 탱크, 유리 용기는 공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숙성 용기로는 적합치 않다. 숙성 효과가 굉장히 떨어진다. 하지만, 옹기나 오크통 등은 기공(공기 구멍)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량의 산소가 차츰 포함이 된다. 이럴 경우 미량의 산소와 술 성분들이 산화 작용해서 좋은 숙성 효과가 나타난다.


내 경우는 맑은 술 필터링을 탈지면을 이용해서 한 후  황토도자기에서 맑은 술을 끓여 옹기 증류기를 사용해서 증류하는데 온도는 90도 +/-3도 영역을 유지해서 증류소주를 얻는다. 이 경우 증류소주는 바로 받아 마셔도 탄내나 독한 맛이 없다. 실험용, 가정용으로 대만족. 이 가정용 증류시스템을 개발(?)한 나를 칭찬한다.

옛날 우리나라 정미기는 스크루방식(맷돌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스크루방식은 연삭방식 정미기에 비해 쌀의 손상과 분실이 많다. 증류방식은 소주고리를 이용한 증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압증류방식을 전통방식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스크루방식 정미와 상압증류방식은 전통방식이라기 보다는 재래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항아리나 오크통 등에서 목적적으로 충분한 숙성을 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상압증류방식 소주라면 감압증류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최근 소주 수출 문의를 검토하다가 정리해 둔다. 내가 좋아하는 화요는 감압증류방식 + 항아리 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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