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갱이 아지
'매가리'는 전갱이 새끼를 일컫는 말이다.
매가리(전갱이)는 고등어 꽁치 정어리와 함께 4대 등푸른 생선의 하나다. 생선회 박사 조영제 부경대 교수의 책 '생선횟감 바로 알기'을 보니 '지방함량이 7.3%이고 DHA+EPA의 함량이 하루 섭취 권장량(650mg)보다 많아서 동맥경화 뇌졸중 등과 같은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 예방, 치매 및 당뇨병 예방, 암발생 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고등어가 한국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국민 생선이라면, 전갱이는 일본에서 국민 생선이다. 두 어종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과 영양소 측면에도 제법 차이가 있다.
100g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열량과 콜레스테롤은 전갱이가 낮고, 각종 비타민 함유량은 고등어가 많다. 비타민 E와 칼슘 철분은 전갱이가 더 많은데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은 고등어가 좀 더 많이 들었다.
고등어는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을 돕고, 청소년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 되는 영양소가 많은 반면, 전갱이는 다이어트와 시력보호,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가 많다. (이상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지은이 김지민 발췌)
전갱이(조기어강-농어목-전갱이과)는 지역 방언이 많다. 전광어(경남), 메가리(부산), 가라지(완도), 빈쟁이(함남), 각재기(제주), 매생이(전남) 등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회, 소금구이, 튀김, 초밥의 재료나 건어물로 이용되었다. 우리는 전갱이를 ‘아지(あじ鰺,鱢)’라고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데 이는 일본 강점기부터 써온 일본어이다. 이외에도 참전갱이(まあじ、真鯵)라고 하고, 맛이 좋다는 ‘가을 전갱이’는 (あきあじ,秋鰺)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刺鮁(자발) 또는 大目鯖(대목청)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비리다는 의미인 鰺(비릴 소)대신에 맛을 뜻하는 그러면서도 발음이 같은 味(あじ)가 전갱이를 의미한다 하여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물고기 어(魚)변에 무리를 뜻하는 삼(參)을 붙여 전갱이는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떼를 지어 다니는 약한 물고기란 뜻도 있다. 특히 전갱이 회를 좋아하고 초밥의 재료로도 즐기는데 분류학상으로는 사돈의 팔촌 격으로 멀지만 대형종인 ‘줄무늬전갱이(しまあじ)’는 전갱이의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福本 伸行)’의 만화 ‘최강전설 쿠로사와’에서는 주인공인 쿠로사와(黑澤)가 전갱이 튀김을 직장동료들의 도시락에 넣어서 왕따를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되려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는 내용이 나올 정도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의 하나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의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약간 바가지요금으로 전갱이 요리를 먹고 나서 일본에서는 아주 귀하고 비싼 요리를 헐값에 먹었다고 ‘아리가또(ありがとう、감사하다)’를 연발한다고 하니 일본의 전갱이 사랑을 알 수 있다.
전갱이는 고등어, 꽁치, 정어리와 함께 4대 등 푸른 생선의 하나로 대부분 선망이나 정치망에서 어획되나 고등어 선망선에서 부수적으로 어획되는 경우가 많고 가격은 보통 고등어-청어-전갱이 순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전갱이는 고등어보다 부패가 빠르기 때문에 생산지 인근을 제외하고는 신선냉장이나 내륙지로의 빠른 수송이 어려워 회(膾)의 대중화는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전갱이는 붉은 살 생선의 기름기와 흰 살 생선의 담백함을 동시에 겸비한 어류일뿐더러 고등어와 조기의 합쳐진 맛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전갱이는 양념을 통해 잡스러운 맛을 제어하는 것이 고등어보다 수월하며 소금구이, 무 조림, 주키니 호박조림, 묵은 지 찜 등으로 요리하면 그 풍미가 일품이고 액젓과 전갱이 육수를 이용한 메가리 국수도 별미다. 우리 속담에 “너 왜 그렇게 메가리가 없냐”라고 말하는데 즉 맥이 없냐는 뜻이다. 전갱이를 요리하기 위하여 등 쪽의 억센 방패비늘을 제거하면 전체가 흐느적거리면서 무르다는 뜻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전갱이는 유럽의 터키와 그리스에서도 많이 먹는 생선으로 이스탄불 앞바다는 전갱이로 가득하기 때문에 낚시꾼들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전갱이는 터키어로는 ‘이스타브릿(Istavrit)’이라고 하고, 그리스어로는 ‘사브리디(savrdhi)’라고 부른다.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음식 10선의 1위에 ‘스타게이지 파이(stargazey pie)’라는 콘월 지방의 음식이 있는데 파이에 고개를 내민 정어리 머리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불명예스러운 이름인데 만약 전갱이를 사용하였다면 맛있기로 소문난 음식이 될 터인데 오랜 전통을 지킨다고 정어리를 고집하고 있다.
전갱이는 고등어와 달리 등에 흐릿한 줄무늬가 없고, 꼬리 부근에는 수술 자국처럼 생긴 특이한 비늘이 특징이다. 꼬리 쪽의 몸통에 가시처럼 단단한 방패비늘이 있다. 잘못 만졌다가는 손을 다치기 일쑤다. 이를 '모비늘'이라 부르는데 학술적 명칭은 '방패비늘'이다.
방패비늘은 매우 딱딱해서 식용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갱이의 방패비늘은 왜 있는 것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사실 방패비늘은 농어목 전갱잇과 어류라면 대부분 붙어 있다. 고등어에 방패비늘이 없는 이유는 전갱잇과가 아닌 고등어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류체계는 생물 종의 진화과정 즉, 경골어류의 골격 형성과 생물학적 특징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차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일각에서는 전갱이의 이런 방패비늘이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뒤에서 포식자가 공격할 때 방패비늘의 딱딱하고 까슬까슬한 부분이 위화감을 줘서 쉽게 삼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허나 이는 추측에 불과할 뿐, 학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
실제로 방패비늘이 포식자로부터 몸을 방어해준다면 전갱이는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았어야 했고, 그 결과 개체 수가 더욱 불어나야 하는데 실제로는 청새치나 상어, 참치 같은 대형 포식자에 의해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게 된다.
방패비늘이 포식자로부터 방어가 된다는 설보다는 측선 기관의 연장선에 있다는 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어류의 측선은 수온, 조류의 변화, 공간에 대한 지각을 인지하는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한다. 여기에 방패비늘은 생물 종의 습성상 떼 지어 다니는 무리에서 갑자기 방향을 트는 등 단체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일 때, 좌우 앞뒤 동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수 흐름을 감지하고 공간을 인지하여 신속한 움직임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해서 이러한 비늘 구조는 수억 년 동안 종을 유지하면서 포식자로부터 신속하게 도망치기 위한 수단으로 진화한 결과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매가리의 생태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회유성과 비회유성이 있다는 점이다. 회유성은 봄에서 여름까지 북상하고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남하한다. 북쪽의 것은 색깔이 옅고 상대적으로 남쪽의 것은 진하다. 비회유성은 연안 해역의 표층에서 저층을 회유한다.
등푸른 속에 영양가 높은 붉은 살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인 셈이다. 속어로 "너 왜 그렇게 메가리가 없나? 어디 아프나"라고 한다. '메가리가 없다', 즉 맥이 없다라는 뜻이다. 매가리 몸통의 단단한 방패비늘이 이를테면 매가리의 메가리다. 무르기만 한 것 같은 매가리가 감춘 단단한 비늘이다. 구워먹어도 좋고, 회로 먹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