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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an 08. 2021

Story of Wine

Wine & Makgeolli

영국 철학자 중에 와인으로 철학자를 품별한 와인애호가가 있다. 해당 철학자의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와인을 철학의 동반자로, 철학은 와인의 부산물”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성 아우구스티누스, 보에티우스, 이븐 시나, 이븐 루시드, 아퀴나스, 마이모니데스,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로크, 버클리, 흄,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키에르 케고르, 니체, 러셀, 후설, 사르트르, 하이데거, 파토츠카, 비트겐슈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벨라 함바스 등 기나긴 철학자의 명단이 와인과 어떤 당위적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전제하지 않는다. 즉 사적 견해라는 뜻이다.


허나, 굳이 영국 철학자의 사견으로 글을 시작하는 데는 그의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철학자는  와인을 세계화에 맞서는 지역의 생산물로 바라본다. 즉 와인은 지역성을 품고있다는 것인데 이때 지역성이란 단순히 토양의 맛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문화까지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철학자는 와인을 '토양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왜곡된 표현이라고 보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 특정한 와인의 우수성을 감식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철학자는 프랑스의 각 지역과 포도원을 순례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프랑스 바깥의 와인'이란 타이틀로 레바논 와인, 그리스 와인, 미국 와인, 호주 와인, 뉴질랜드 와인, 남아공 와인, 이탈리아 와인, 루마니아 와인, 스페인 와인을 각각 소개한다.

철학자의 글은 와인의 다양한 문화적 의미 혹은 종교적 의미로 전개되는데, 와인에 대한 진지한 옹호가 눈길을 끈다. 철학자의 - 와인을 세계화에 맞서는 지역의 생산물 - 로 보는 시선이 사견일지언정 유쾌하고 의미있었다.

"오늘날 뭘 모르는 술꾼들은 같은 것, 믿을 만한 것,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와인을 고른다. 와인이 어디서 왔건 맛만 괜찮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다. 그리하여 백악질 토양, 점토흙, 이회토, 자갈과 같은 지질만을 따지거나 토양을 완전히 무시한 채 상표와 포도품종으로만 와인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겐 새로이 와인을 경험한다는 것은 발효된 포도주스를 마시는 일과 같은 것이다."

저자의 통쾌한 한방에 속이 시원했다. 영국 철학자의 이름은 로저 스크루턴이다.


막걸리에 대한 이런 시선

와인은 그나마 토양, 품종, 양조법 등을 내세울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인정 받고 있다. 사케나  백주, 맥주도 대동소이하다. 막걸리는 어떤가?

2021년 현재 토양은 막걸리를 변별하는 영향력이 없다. 품종 역시. 양조법은 단양주, 삼양주, 오양주 정도의 덧술 횟수와 저온(몇 도인지는 알 수 없는) 숙성 기간 정도가 주장하고 있는 양조법의 거의 모든 것이다.

적어도 막걸리는
- 양조인
- 품종(재배 지역)
- 물(지하수, 수돗물, 샘물 등)
- 양조방법(밑술, 덧술 별)
- 발효 온도와 기간
- 숙성 온도와 기간 
- 알콜 도수
- 형태
- 패키지 종류

등의 구분은 상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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