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발효에도 YAN이 필요할까

막걸리는 질소가 ‘생겨나는’ 술이다

by 하얀술

막걸리 발효에도 YAN이 필요할까


와인 양조를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YAN.

Yeast Assimilable Nitrogen.


효모가 먹을 수 있는 질소다.


질소가 부족하면 발효는 느려지고, 멈추고,

때로는 황화수소 냄새를 내며 망가진다.

그래서 와인메이커는 발효 전에 반드시 YAN을 측정한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생긴다.


막걸리에는 YAN이 필요할까?



막걸리는 질소가 ‘생겨나는’ 술이다


와인은 포도즙 하나로 시작한다.

질소는 제한적이다.

부족하면 끝이다.


하지만 막걸리는 다르다.


쌀과 누룩으로 시작한다.


누룩 안에는 이미

효모, 곰팡이, 유산균,

그리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존재한다.


누룩은 쌀 속 단백질을 천천히 풀어

아미노산을 만들어낸다.


즉,


막걸리는 발효 중에

질소가 계속 만들어지는 구조다.


그래서 전통적인 막걸리는

와인처럼 YAN 부족으로 발효가 멈추는 일이 거의 없다.


전통은 이미

질소 순환 구조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왜 황취가 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막걸리에서는 황화수소 냄새가 난다.


그 이유는 대개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고도정미.

누룩 비율 감소.

산업형 배양 효모 중심 설계.

저온 장기 발효.


전통 구조를 조금씩 비틀면

질소 균형이 흔들린다.


효모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황을 뱉는다.


발효가 말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프리미엄일수록 질소를 봐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막걸리가 고급화될수록

질소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고도정미를 하면 단백질은 줄어든다.

향을 깨끗하게 설계하려면

발효는 더욱 정밀해져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감이 아니라 구조다.


초기 아미노질소를 확인하고,

누룩의 단백질 분해력을 점검하고,

발효 초반의 균형을 본다.


전통을 과학으로 읽는 작업이다.



질소는 향을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축


질소는 단순히 효모의 먹이가 아니다.


어떤 에스터가 생성될지,

발효가 얼마나 부드럽게 흘러갈지,

아로마가 맑을지 탁할지.


그 출발점이 된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의 술이지만,

보이지 않는 질소의 술이기도 하다.



전통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전통 막걸리는 YAN을 측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백 년 유지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룩을 충분히 쓰고,

단백질이 살아 있는 쌀을 쓰고,

자연 발효 구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과학은 전통을 부정하는 도구가 아니라

전통을 설명하는 언어다.



막걸리에 YAN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결국 이런 질문과 닿아 있다.


“우리는 발효를 감으로 할 것인가,

구조로 이해할 것인가.”


질소를 이해하는 순간,

발효는 운이 아니라 설계가 된다.


그리고 그때

막걸리는 다시 한 단계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