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준 Oct 31. 2019

#4 포켓몬 트레이너 빌런

신입사원! 너로 정했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출처 · 유튜브]



직장인 오모(32·여) 씨는 요즘 동기인 A씨의 행실이 걱정된다. 지난해 6월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자신의 일을 전부 떠넘기고 있기 때문. 만들어야 할 보도자료 관련 조사는 신입사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이것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한 뒤 회의에 가져간다. 상사가 직접 확인하라고 지시한 업무도 마찬가지. 신입사원들이 야근을 불사해가며 대신 해온다. 당연히 A씨는 본인의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지난달에는 사업기획안을 들고 왔다. 오씨는 “보통 사업기획안은 팀을 짜 준비하고, 기획안에 팀원의 이름이 전부 들어간다. 하지만 A씨의 기획안에는 함께 기획안을 준비한 신입사원들의 이름이 다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기를 찾아가 추후 신입사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A씨는 업무시간에 인터넷 쇼핑 창을 뒤적이며 대답했다.


“이것도 다 일 가르치는 과정이야. 우리가 신입사원일 때는 이보다 더한 부조리도 많았잖아. 지금 내가 결혼 준비로 바빠 좀 과하게 일을 맡긴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번 분기만 지나면 다시 업무에 참여할 테니 신경 쓰지 마.”


오씨와 동료들이 A에게 붙인 별명은 ‘포켓몬 트레이너’.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트레이너는 대결이 벌어지면 각자 자신이 기르는 포켓몬을 내보낸다. 포켓몬이 트레이너를 대신해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승리의 영광은 포켓몬과 트레이너가 나눠 가져야 하겠지만 승리 보상은 전부 트레이너의 몫이다.


이처럼 책임이나 업무를 떠넘기는 동료가 보기 좋을 리 없다. 취업검색엔진 잡서치가 2015년 12월 직장인 752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직장 동료 유형’으로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하거나 떠넘기는 ‘책임회피형’이 응답자 25.5%의 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크템플러 빌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