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김동기셰프의한그릇[어머니 청국장]

청국장 한그릇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골목길 구수한 향기가 가득 돌며 지나는 이들의 입맛을 돌게 해준다. 40년 동안 2대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어머니청국장’은 한 동네에서 많은 이들에게 누군가 에게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누군가 에게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기억 되는 사랑 받는 장소이다. 

‘어머니 청국장’ 

노을 빛이 내려 오는 저녁,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발 길을 멈칫하게 하는 냄새가 있다. 밥짓는 냄새, 고기 굽는 냄새, 김치찌개 냄새. 익숙한 그 냄새들은 매일 맡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 중 오늘 이야기할 주인공인 청국장 냄새는 누군가 에게는 고향의 냄새이고 또 누군가  에게는 고욕의 추억일 수도 있다. 나는 어릴 적 청국장을 즐겨 먹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어머니의 메주 된장을 넣어 끓인 청국장은 특식 같은 거였고 집에서 한번 끓여 먹자 한 날에는 온 집안에 그 냄새가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아 한겨울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기도 했다. 시골 할머니가 아직 정정하실 적엔 구들장 뜨끈한 구석 작은방에선 늘 쿰쿰한 냄새가 세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종종 맡아 왔던 그 쿰쿰한 향은 내 추억의 한 자락을 확실히 잡고 있다.

근처에 가까운 전철역이나 버스정류장도 없는 골목길, ‘어머니 청국장’은 이 한자리에서 20년을 영업을 해왔다. 이 자리 이전엔 같은 동네 근처에서 2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고 초대 사장님과 지금의 사장님까지 2대째 40년간 가업을 이어가는 명실상부 이 동네의 터줏대감 노포 이다.청국장에 관심이 없으면 무심코 지나갈 법한 소박한 간판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이젠 역사가 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가게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구수한 향이 올라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식욕을 자극한다. 분명 청국장의 그 구수한 향은 맞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불호가 강한 청국장의 쿰쿰한 향과는 차이가 있다. 쿰쿰한 향이 적은 곳들 같은 경우는 메주 함유량이 적어 청국장인지 된장찌개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어머니청국장’은 분명 대두 콩이 가득한 오리지널 청국장이다. 간이 슴슴 하여 한 그릇을 가득 퍼 먹어도 혀와 속이 편안한데 ‘청국장을 여름에 한말만 먹으면 한 해가 건강하다’ 라는 말을 듣고 자라신 사장님의 마음이 요리에 담겨있는 듯하다.        

‘청국장과 보리밥’ 

다양하고 정갈한 반찬과 푸짐한 고봉밥은 청국장을 한입 뜨기도 전부터 마음이 따뜻해 지는 느낌이다. 전라도 시골에서 올라오는 직접 짠 참기름과 메주는 이곳이 그 긴 세월 동안 동네에서 사랑 받는 맛 집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대개 음식점 테이블에 배치된 참기름은 기름을 섞어 양을 늘리거나 수입산을 놓기도 하는데 한입 먹어본 이곳 참기름의 향은 식사를 하는 내내 길게 입안 속에 맴돌아 식사가 끝나도 기분 좋게 길을 나서게 해준다.

반찬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목요일은 특별히 제육 볶음이 나온다고 한다. 평소엔 생선구이나 조림이 나오니 일주일 내내 다른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 해진다..

청국장의 맛은 슴슴 하고 구수하다. 그 맛이 혀가 자극적이지 않아 밥에 비벼 꿀떡꿀떡 넘어가게 만든다. 맛있게 마음 놓고 많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반찬으로 준 열무 김치를 잘라 보리밥과 청국장, 테이블에 배치된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그 한입만 먹어도 몸과 마음이 풍족해 진다. 이곳의 맛은 마치 할머니 집에 말 없이 찾아갔는데 미처 손주 반찬 준비를 못하고 놀란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꺼내 끓여준 그런 맛이다. 꾸밈이 없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소박하지만 깊이가 느껴진다. 

백반과 보리밥 가격은 8,000원 ,청국장은 9,000원 으로 나오는 반찬과 정성에 비교하자면 저렴한편이라 생각이 든다.

중랑구 [어머니 청국장]

서울 특별시 중랑구 동일로 99길 20


‘청국장과 메주 이야기’ 

내 어린 기억에 할머니의 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고 툇마루가 있는 옛날 집이었다. 미닫이 문 넘어 구석 작은 방에는 늘 쿰쿰한 냄새가 세어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싫지마는 않았다. 메주 냄새는 어린 시절 누구나 다 맡아본 즐겁든 괴롭든 그런 추억의 냄새 아닐까 싶다. 메주콩인 대두는 정성껏 삶아서 으깨 준다. 메주 틀에 꾹꾹 눌러 모양을 잡아 주고 짚으로 엮어 구들장 위에 따뜻하게 띄어주는데 이렇게 만든 메주는 장독에 넣고 소금물을 부어 100일 동안 불리어 건더기는 건져 치대어 된장을 만들고 그 남은 물로는 간장이 만들어진다. 장독에 숯과 건 고추를 넣어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할머니는 된장을 음력 정월에 만드는 정월 된장으로 만드셨었다.어머니 옛날 기억엔 따뜻한 햇빛이 내려 쬐는 봄이 되면, 어머니 메주 건져 간장 끓이는 냄새가 집집마다 진동했다고 한다. 웃으시면서 그땐 그 냄새가 꽤나 고역이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미소가 참 푸근하다. 

그리에 총괄셰프 김동기 

세계일보 음식칼럼리스트 paychey@naver.com



작가의 이전글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여천 식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