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덩골정원 '이동희 셰프'
안녕하세요. 저는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요리사로 첫 발을 디뎠고, 이후 캐나다 Sheraton Hotel에서 경력을 쌓은 뒤, J’s Brands Company를 창업하여 레스토랑, 카페, 케이터링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현재는 World Chefs 인증 Continental Judge이자, (전) 캐나다 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멤버였습니다.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인문학 정원 ‘메덩골정원(https://medongaule.com)’에서 Executive Chef로서 F&B BOH 총괄 및 기획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펼쳤던 슬로건은 “Canadian Comfort, Korean Fusion”이었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니체의 철학이 담긴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World Comfort Modern Korean”이라는 새로운 요리철학을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족은... 음, “진짜 마지막 한 번만 더 대회 나가면 이혼할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늘 함께해주는 저의 영원한 Boss, 아내가 있고요. 너무 까불어서 ‘까불이안’이라는 별명을 가진 귀여운 아들과 함께 세 식구,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던 시간이 제게는 가장 즐겁고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 따뜻한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조리학과 진학으로 이어졌고,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프랑스 요리를 기반으로 요리 철학을 세우려는 제게 윤선일 교수님(故)이자 멘토께서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늘 ‘에스코피에’가 있었죠.
저는 *요리의 과정에 깃든 ‘미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번의 인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언제나 똑같이,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계산과 반복, 헌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단한 요리는 결코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훌륭한 팀워크와 함께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결국 완성도를 끌어올린다고 믿습니다.
메뉴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그 요리의 ‘목적(purpose)’입니다.
그 목적이 명확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했을 때도 “make sense” 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후엔 F&B 팀원들과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듬어 나가야 진정한 결과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입니다. 에스코피에 연구소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무작정 조우현 이사님을 찾아뵈었고, 특별한 레퍼런스 없이도 노력하는 제 모습을 믿고 받아주셨습니다.
그 후 처음 제복을 입었던 순간은 아직도 저를 설레게 하고 가슴 뛰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요리사의 꽃은 대회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남는 시간과 휴일을 쪼개가며 준비했던 요리 대회들.
그 과정에서 에스코피에의 선배님들을 쫓아다니며 “선배님, 알려주세요! 팁 좀 주세요! 제 요리 좀 봐주세요!” 하며 귀찮게 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그때 도움 주신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존경을 표합니다.
저는 두 가지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 에스코피에는 전통을 체계화했지만 새로운 기술과 감각을 수용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젊은 셰프들도 전통적 기법을 존중하되, 자신만의 창의성을 더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길 바랍니다.
둘째, 그는 평생 배우는 셰프였습니다. 요리책을 탐독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동료 셰프들과 교류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에스코피에의 정신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요리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요리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에스코피에의 유산은 지금도 생생하게 숨 쉬고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인터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이닝주연 김동기, 음식칼럼리스트 paychey@naver.com]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에스코피에 제자회(Disciples d'Escoffier)는 프랑스 요리의 거장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철학과 전통을 계승하고자 1954년에 설립된 국제 요리 단체입니다. 한국 대표단은 1990년 최수근 경희대 교수가 설립한 한국 에스코피에 요리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조우현 셰프(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로라 오너셰프)가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