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지만 보면 느낌이 좋아서"
이건 요즘 취미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필름 사진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은 몰라도 된다.
예전처럼 불편한 과정을 반드시 겪고 익혀야 필름 사진이 나오는 시대는 갔다.
잘은 몰라도 된다.
지금은 편리하게 필름 사진을 감상하고 찍은 필름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잘은 몰라도 된다.
다만,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는 그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하나만 알면 된다.
자신이 현상+스캔을 맡기는 업체에 대해 그 실력은 잘 알아야한다.
그리고 당부 하나만 하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찍은 필름을 절대 버리지 말고 최대한 중요하게 보관하길.
왜 필름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은 필름을 놓지 못할까?
필름 찍는 맛에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싶은 그 마음이란
필름을 골라서 카메라에 장전하는 그 맛, 오늘은 어떤 필름으로 찍을까?
그리고 사진을 한 장 한 장 숨을 고르며 찍는 그 손 맛의 짜릿함.
폰카나 디카와는 정말로 느낌이 다른 필름 결과물의 멋스럽고 고급지고 뿌듯한 색감과 무게감.
어쩌면
사진 더 많이 찍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필름 구매와 필름 현상+스캔 비용이 저렴했다면
디카는 이미 구석으로 몰려 제 빛을 못봤을지도 모를
그 필름 카메라의 끌림은
필름사진을 찍어 본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더 많이 말을 해야한다. 사진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필름 사진을 찍으며 느낄 수 있는 그 즐거움을 이야기 해보자!
첫째, 필름은 종류별로 골라 쓰는 맛이 있다.
네거티브, 포지티브(슬라이드), 흑백필름이 있으며
각 필름마다 필름 사이즈(판형)에 따라 135mm와 120mm, 4x5 등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후지 C200이나 코닥 Colorplus는 135mm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다.
그리고 감도에 따라 100, 160, 200, 400, 800등 빛에 반응하는 정도에 따른 필름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고르는 맛이 있냐면,
필름은 그 종류에 따라 각자가 가진 특유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필름은 모두 제각각 그 느낌이 다르다.
단지 아쉬움이라면 지금은 필름 종류가 많이 줄었다는 것.
필름을 여러 종류 써 본 사람은
출사 성격에 따라 오늘은 무슨 필름으로 찍을지부터가 이미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시간에 따라, 날씨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즉, 사진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고려해 거기에 표현하고 싶은 필름을 고르는 것이다.
이것만큼 찍은 사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없다.
아직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럼 이제 찍을때를 보자.
둘째, 찍는 모든 움직임과 과정이 즐겁다.
필름 카메라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현재까지도 올드카메라부터 SLR AF 카메라까지 충분히 쓸 수 있다.
사실 빅재미는 수동필카이다.
찍는맛에 빠지면 사진을 한 컷 찍을 때마다 필름레버를 당기는 그 것부터가 설레임이다.
한 컷 한 컷 신중함과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을 듬뿍 안고 필름레버를 한 컷 한 컷씩 감는 재미가 있다.
한 롤 36컷을 찍는데 하루가 더 걸릴지도 모르고 한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동안 디카로는 마구 마구 찍고 버리고를 반복했겠지만 필름은 자연스레 그러지 않게 된다.
행여라도 한 컷이 의도치 않게 찍히면 그것만큼 아까운 것도 없다.
셋째는 느낌의 잔상이다.
필카엔 당연하지만 전자식 뷰파인더가 없다.
SLR방식과 RF 방식이 존재한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그 과정 자체가 요즘 사진의 흐름인 감성이다.
흐려져 있는 뷰파인더가 점점 선명해지고 그 느낌 그대로를 셔터에 살포시 얹어서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필름 사진을 찍다보면 그 잔상의 느낌이 굉장히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디지털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로 보던 것이 셔터를 누르자마자 바로 사진리뷰로 이어지기 때문에
뷰파인더에서 보는 감정을 남겨두지 않게된다.
뷰파인더 안에서 느끼던 감정과 기억은 순식간에 사진으로 옮겨가고 잊혀진다.
디지털의 단점이다.
하지만 필카의 경우, 찍으려하는모든 것이 뷰파인더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은 더 오래, 그리고 신중하게 뷰파인더에 머물게 된다.
한 컷을 위한 모든 감정과 느낌이 뷰파인더 안에서 멤돌게 된다.
느낌의 잔상. 그것이 뷰파인더를 바라보던 눈에, 그리고 마음에 진하고 오래 남으며
그 잔상의 느낌을 가지고 한 롤이 채워진 후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것이 매우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사실 필름 사진을 두세롤 찍다보면 대부분 익숙해지고 오히려 그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넷째, 현상과 스캔이다.
현상소에 맡기면 현상과 스캔을 해주기 때문에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몰라도 되지만
그 어렵고 복잡한 전문가의 지식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알았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
현상은 사진이 나오는 모든 것이라고 보면 되고
현상된 필름은 반드시 보관하고
스캔은 스캐너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완전 달라진다는 것.
사진이 A가 되기도 하고 B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은 현상과 동시에 보정이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필름을 보관해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몇 번이고 다시 스캔 받을 수 있으며
스캔을 하는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혹은 실력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이다.
어쨌든,
스캔을 해주는 많은 현상소들이 있다.
현상소마다 어느 곳 하나 똑같은 결과물을 주지 않는다.
이것 또한 자신의 사진 느낌과 맞는 곳을 잘 찾아야 한다.
근데 이게 왜 재미냐 하면
훌륭한 현상소일수록 한 컷의 수준이 크게 올라간다.
필름별 특색을 잘 알고 그에 맞는 현상액과 스캔 색보정 기술을 가진 기술자일수록
같은 컷이라도 사진의 느낌이 완전 다르게 나온다.
싸다고 아무데나 맡기지 말고 잘 아는 사람의 추천에 의한 신뢰가 가는 현상소를 찾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순간의 기억을 영원속에 가두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이건 굳이 필카만이 아니라 사진 전체가 그렇다.
우리는 요즘 정말 많은 사진을 찍고 다닌다.
폰카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SNS에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
바야흐로 사진을 위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당신이 찍은 그 많은 사진 중 찍은 스스로도 기억나지 않는 사진이 더 많진 않은지.
필름으로 찍으면 1롤 36컷 찍는데만도 하루 혹은 일주일, 어떨 땐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디카로 찍으면 금새 100컷을 넘어간다.
찍고 찍고 또 찍고 쉼없이 찍는다.
버려도 되는 사진이 너무 많아진다는 생각이다.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다만,
기회가 되서 당신이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면
그 어떤 사진도 쉽게 버리지 않게 될거란 얘기다.
찍은 사진이 모두 소중해지고 애정이 갈 것이다.
왜냐하면 찍기를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한 컷 한 컷 돈이 들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결국엔 스스로가 감정에 깊이 파고들어 보고 느낀 가장 소중한 장면을 담은 컷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매력에 이끌리다보면
필름 사진을 놓을수가 없을 것이다.
자, 이제 디카는 잠시 놓아두고
필카 한 대 저렴하게 구해서
필름 한 롤을 찍어보자.
버리지 못할 소중한 기억의 사진이 남겨질거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