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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y 30. 2022

선택지가 많아서 선택을 못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요 며칠 다음 거처를 정하느라 에어비앤비, 아고다를 얼마나 봤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오래 매달릴 일은 아니다. 나갔다 오기 전에 모든 걸 세팅해두느라 미리 찾아본다는 게 몇 시간이 될지는 몰랐다. 선택지가 많아서 선택을 못하는 게 아니다. 원하는 조건이 너무 명확해서다.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기 싫어서다. 


- 돌아다니기 좋은 위치보다, 실내에 종일 있어도 덜 답답한 곳

- 주방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며 쓰기 좋은 곳

- 한식당보다는 로컬 식당, 시장이 가까이 위치한 곳

 

말로는 어디든 괜찮다고 했지만 한 번 머물러서 익숙해지면 떠나기 싫다. 새롭게 둘러보고 적응하는 일이 버겁다. 갔던 곳에 몇 번이고 가고, 루틴을 정하는 것도 새로움에 쓰이는 에너지를 막아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곳에 있다 보니 뛰거나 걷는데 게을러졌다. 층이 높고, 아늑한 데다가 주방이 1층에 있다 보니 최대한 내려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막상 내려가서 문을 열고 나가면 괜찮은데. 아직 정기적으로 나가야 할 곳이 없으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숙소를 찾아 헤맬 때 밝은 곳을 찾고 있다. 그 밝음을 온몸으로 받는데 거리낌 없는 곳으로 나가고 싶다. 아마 이곳 주거 환경에도 더 적응하다 보면 굳이 또 밝고 편한 곳만 찾아가지는 않을 테지. 


후보는 두 곳으로 정했다가 한 곳에 예약 메시지를 전송했다. 바로 확인해주면 될 것 같은데, 된다는 건지 어렵다는 건지 여러 이야기를 전해주신다. 자신들의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게 하려고 그런 걸까? 밤에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왠지 아가가 있다고 하니 괜히 더 가보고 싶기도 하고. 주변에 수영장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야외 수영장이라도 규칙적으로 가면 내 것처럼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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