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베리 Jan 07. 2024

2024년이 밝았습니다

새해 목표, 그리고 예비 생활 수영인이 된 것에 대하여


새해가 밝았다. 지난 10월, 결혼식을 올린 후 새로운 일을 애써 하고 싶지 않았다. 방학 같은 날들이었다. 물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고 이전처럼 루틴을 만든다던지, 사람들이 많은 자리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그래도 드물게 극장에 가거나 독서모임에 한 번 갔었다. 김장 김치 나눔을 핑계로 친구들을 따로따로 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진짜 새해가 오나 싶을 정도로 실감 나지 않은 그때, 직장 동료가 수영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추운 겨울 새벽에 수영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면 끝까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려 새벽같이 일어나 줄을 서 등록했다. 그제야 새해가 밝아오는 게 기다려졌다. 제야의 종을 보며 맞이한 2024년 첫날 아침까지 가열하게 먹고 마시며 놀았다.


회사에서는 전처럼 일했다. 아니 이게 새해가 온 게 맞겠지? 싶을 정도로 나도 회사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수영이 전 후 흐름을 바꿨다. 수업 시작한 지 10분 만에 그만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이전보다 피로감은 두 세배 정도였지만.. 이 기세로 남은 필라테스 수업 회차도 소진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필라테스 선생님이 새로 배워온 것이 있다며 바로 내게 접목한 덕분에 운동한 티가 제대로 났다. (근육통이 있었다는 뜻) 그 몸을 이끌고 또 수영에 갔다. 물을 엄청 많이 먹었다. 주말에 자유수영을 하러 가기로 했다. 이제 새해 목표를 세우고 싶었다. 딱 일 년 만에 월간 루틴 파일을 열었다.


직장에 다니지 않을 때마다 하루 일과를 쭉 적어 두고 음영 표시를 했었다. 크게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누어 기상, 물 한 잔 마시기, 산책 30분 이런 것들을 썼다. 의식하다 보니 하는 날이 많아져 작은 목표를 항목으로 추가했다. 요가나 독서, 자소서/포트폴리오 작성 같은 것들. 이후 베트남에 갔다 돌아왔을 땐 취직이라는 목적이 확실해서 딱히 작성하지 않아도 되었다. 역시 뭐든 하려면 다급해야.. 한다.. 아무튼 목표를 글로 남겨 두고 싶었다. 템플릿은 뜻밖에도 어도비 코리아 블로그에서 만났다(!)


[2024년 목표]

01. 업무 기본 지식 쌓기

02. 낮잠 필요 없는 체력 증진

03. 대외활동 출격

04. 나만의 콘텐츠 제작


이렇게 큰 항목을 두고 각각 액션을 3개씩 적었다. 이 와중에 지금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항목이 있지만 언젠가는 하겠거니 싶다. 의식하고 있으면 하지 않는 내 모습이 꼴 보기 싫은 마음이 커져서 하고야 만다. 안 해도 죄책감이 없다는 강점도 있다. 최소 세 번은 해보고, 아니면 바꾸는 게 목표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업무에 대한 걸 목표로 삼은 거다. 직장에서 자아를 찾아보려다 그게 불가능함을 깨닫고 한껏 거리를 두려다 이제는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왕 하는 일 잘해야 하고, 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연봉을 많이 주는 곳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 있는 곳에서 퇴사각인지 아닌지 분명히 느껴진다. (지금은 퇴사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업무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자 한 건 팀원 덕분이다. 팀원이 업무 배분에 대한 조율을 요청했고, 우리 둘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팀장 없는 우리 팀은 당분간 팀장이 없는 것이 확정이기에 그냥 그 일을 함께 나누어 가야 하니 나도 나를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사실 마침내 인정한 거다. 조직 환경은 변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불평불만만 하다 보면 나까지 달라지지 않을 거라서. 그래서 다시 고민하고 말하며 주변 의견을 듣기로 했다.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란 여전히 어려운데 가만히 있으면 내가 모르는 것조차 주변에서는 모른다. 그러느니 부끄러움을 넘어서 묻고 알고, 그다음은 아는 척해보기로 했다. 크게 뭔가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아도 내가 조금 달라지겠지.


그리고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작년 중반까지 주간회고는 꾸준히 하고 있고, 장소나 제품에 대한 리뷰를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앱을 다운로드하였고, 주변인에게 안부를 묻기로 했다. 가끔 이렇게 브런치도 쓰고. 또,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도움이.. 되긴.. 되어야 하겠지만.. 아무튼. 이 모든 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여유는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야 하는데, 수영이 꽤 도움이 된다. 너무 피곤해서 웬만한 말이나 행동이 와닿지 않는다. 수영의 가장 큰 장점이다. 새해 다짐을 하려다 수영 추천으로 마무리해 본다. 부디 건강하고 무탈하게 수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