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미양가 Apr 16. 2024

오픈런(Open Run)의 진실

한정판 아트상품 투쟁기

  2024년 신년이 시작되면서 컬렉터들의 오픈런을 자극한 한정판 아트상품이 있었습니다. 그 상품은 이우환 작가와 세계적인 커피브랜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발매된 에스프레소잔 세트와 카푸치노잔세트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200세트만 발매되어 수많은 컬렉터들이 한 번에 사이트를 접속해 온라인 오픈런은 마우스와 키보드의 달인들에게만 그 영광이 돌아갔지요. 참고로 저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컬렉터들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죠. 온라인 오픈런을 실패한 컬렉터들은 이제 오프라인 오픈런에 돌입하게 됩니다. 각 매장에 전화를 걸어 한정판 아트상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곧장 달려가 구매에 성공한 컬렉터들의 글을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면 오프라인 매장에 달려갔겠지만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했죠. 그 일이 있은 후, 그 상품은 3~4배 가격에 리세일 하는 글들을 보며 조금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s://illycorse.com

* 참고로 일리(illy)에서는 1996년 대한민국 최초로 백남준 작가가 아티스트 컬라보 상품을 발매한 적이 있습니다. 


 오픈런이라는 현상은 비단 한정판 아트상품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말할 것도 없고, 대전의 유명한 베이커리의 딸기케이크는 몇 시간을 달려가 살 정도라고 하니 쉽게 소장하거나 가질 수 없는 상품은 모두 오픈런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특히,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붙는 상품은 오픈런의 타깃이 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오픈런을 통해 몇몇은 성공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패하는 현상을 보면서 오픈런의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아트상품뿐 아니라 원화 소장도 오픈런을 돌입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인기작가들의 작품들은 상당수가 기존 갤러리들의  VIP 고객들에게 배정되어 있고 일부 작품들만 일반 컬렉터들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그 경쟁은 치열합니다. 저도 특정 작가님의 작품을 소장하려고 오픈런을 참 많이 했는데요. 초창기에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심지어 앞에서 3번째로 7시간을 기다렸는데 실패했을 때에는 정말 참담한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그 실패를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오픈런을 성공하기 위한 단계별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1단계: 작가 물색하기

먼저, 아트시장에서 핫한 작가가 누구인지 조사하고 계속 관찰한다. 왜냐면 당시 핫한 작가들도 3~5년 정도 지나면 잊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단계: SNS 정보 확인하기

관심작가에게 SNS DM등을 활용해 어디 아트페어를 어떤 갤러리를 통해 참여하는지 물어 본다. 보통 작가님들은 6개월 전에도 어디 아트페어에 어느 갤러리를 통해 참여하는지 계획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단계: 갤러리에 전화하기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알았다면 갤러리에 전화해 아트페어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현장 판매만 가능하다면 이제 오픈런에 돌입한다. 운이 좋으면 선 판매의 행운을 누릴 수 있습니다.


4단계: 오픈런에 돌입하기

반드시 오픈런은 아트페어 '프리뷰'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곧장 미리 전화해 두었던 갤러리 부스로 달려간다.


  이상, 오픈런계의 지존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픈런계의 다크호스까지는 갈 수 있는 비기를 공개했습니다. 저도 서른 마흔 다섯살 까지는 오픈런을 많이 했는데요. 그 오픈런이라는게 사람 참 피곤하게 하더라구요. 회사 연가도 내야지 밖에서 하루종일 서 있어야지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40살까지만 하고 그 이후 부터는 신인작가 위주로 제 느낌적 느낌에 드는 작가들 위주로 컬렉팅 하고 있습니다.

  

  최종 4단계에서 실패한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요. 그건 아트페어나 개인전 관계자들이 이미 예약으로 구매한 경우였지요. 아트컬렉팅을 하면 맘 상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요. 그래서 컬렉터들은 항상 중꺾마 정신(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오픈런의 진실이었습니다. 오픈런 잘 준비해서 꼭 성공하길 바래요. 



  MIT 대학교의 닐 거센필드(Neil Gershenfeld)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 세계, 즉 어툼(atom)으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정보의 총량과 인터넷 세계, 즉 비트(bit)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를 구성하는 정보의 총량이 대등한 수준 또는 일치하는 세상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 4차 산업시대"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러한 견지에서 오픈런의 세계에서도 정보를 취합한 후 실제로 몸으로 경험하는 오픈런뿐 아니라 온라인 상의 오픈런도 항상 염두해 둬야 한다. 즉, 오픈런도 어톰의 세계와 비트의 세계가 언제나 상존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 오픈런 준비물: 물, 휴대용의자, 초코바, 양산, 우산 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