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음악."
| 개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2009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집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과 사랑, 인생의 황혼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관통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 태생의 영국 작가로,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종종 기억과 시간, 자아의 문제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심리적 통찰을 보여줍니다. '녹턴'은 그의 독특한 문체와 감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음악을 매개로 하여 인간관계와 삶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합니다. 지금부터 얕고 넓은 음악의 세계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소개
저자: 가즈오 이시구 (1954년 출생)
출판 연도: 2009년
장르: 소설
주요 주제: 음악, 기억, 시간, 자아
| 줄거리
「크루너」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서 상설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일하는 폴란드 출신 얀(야네크)은, 어느 봄날 아침 광장 카페에서 크루너 가수인 토니 가드너를 발견한다. 토니는 얀의 어머니가 매우 좋아하던, 지금은 한물간 가수다. 어머니와 함께한 그의 음악에 대한 추억 때문에 얀은 토니 가드너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토니 가드너는 그날 밤 아내를 위해 그들이 묵고 있는 팔라초 아래에서 곤돌라를 타고 세레나데를 부르고 싶다며 얀에게 기타 연주를 부탁한다. 곤돌라를 타고 운하를 돌며 토니는 아내 린디의 인생역정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아내와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기로 했음을 말해 준다. 곤돌라 위에서는 토니의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몇 달 뒤 얀은 토니와 그의 아내의 소식을 전해 듣고, 그날 밤의 일을 추억한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외국을 떠돌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 레이먼드는 런던의 대학교 동창 커플의 집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온다. 그런데 정작 그를 맞아 줘야 할 찰리는 그가 오자마자 아내를 부탁하며 출장을 떠난다. 레이먼드를 달갑지 않게 맞이한 에밀리 또한 바쁜 일로 회사에 가 버린다.
에밀리와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에 관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레이먼드에게 두 친구의 변화는 낯설고 그들의 집에 혼자 있는 자신이 어색하다.
편안히 쉬려고 하던 중 레이먼드는 식탁에 놓인 에밀리의 개인 수첩을 보다가 몇 페이지를 구겨 버리게 된다. 그때 찰리의 전화가 걸려왔고, 찰리는 그에게 자기 부부의 문제를 털어놓으며, 에밀리의 수첩을 엿봤다는 건 큰 사건이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수첩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레이먼드는 찰리의 도움으로 갖은 계략을 짜게 되고, 계략에 따라 또 다른 사건을 꾸미게 된다. 그러나 에밀리는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결국 사건을 꾸미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몰번힐스」
성공을 꿈꾸는 젊고 재능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주인공은,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몰번 근처 시골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누나네 집에 머물며 노래를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언덕에 올라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들던 중, 누나네 카페에도 한번 들렀던 스위스인 부부인 틸로와 소냐를 만난다. 관광차 이곳에 들렀다는 이들 부부는, 생계를 위해 호텔에서 연주를 하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 프로 뮤지션이다. 주인공은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그들과 음악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녹턴」
색소포니스트 스티브는 재능은 있지만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내 헬렌은 다른 남자에게 떠났고, 새로운 남자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티브의 성공을 위해 그의 성형수술과 회복 비용 전체를 부담하겠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가 수술을 받게 된다.
성공적인 수술 후 할리우드의 일급 호텔에서 은밀하게 회복기를 보내던 스티브는, 간호사를 통해 옛 유명 가수 토니 가드너의 이혼녀 린디가 역시 성형 수술 후 바로 옆방에서 회복기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로, 음악과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린디는 스티브의 음반을 듣고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음악계 유명인에게 소개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린디는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 회복기를 보내겠다고 먼저 퇴원한다. 결국 이들은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 끝내 어느 쪽도 붕대를 푼 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헤어진다.
「첼리스트」
이탈리아의 한 광장에서 「대부」의 테마를 몇 번째로 연주하던 나는, 안면 있는 헝가리인 첼리스트 청년 티보르를 발견한다. 몇 해 전 밴드에서 잠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그를 보면서, 7년 전의 일을 떠올린다.
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공부한 후 빈에서 2년 동안 올레그 페트로비크를 사사한 티보르는 빈을 떠나올 당시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생계를 위해 원치 않는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던 때 스스로 첼로의 대가라고 자처하는 중년의 미국 여자 엘로이즈 매코믹이 젊은 티보르에게 가능성이 있다며 그를 가르치겠다고 한다. 엘로이즈가 묵는 일류 호텔 방에서, 엘로이즈는 늘 말로 설명하고 가르치고 티보르는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연주를 한다. 그러던 중 밴드의 일원들이 그녀가 혹시 첼로를 연주할 줄은 아느냐는 의구심을 던진다. 티보르도 마침내 그녀에게 그런 의문을 드러내게 된다.
티보르는 암스테르담 시내의 5성급 호텔의 작은 실내악단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으나, 그 자리를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한다. 한편 엘로이즈는 열한 살 이후로는 첼로를 손에 대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 고백을 들은 후, 티보르는 여행을 다녀와 이전에 들어온 일자리를 수락하고, 엘로이즈의 호텔을 찾아가 그녀가 곧 미국으로 돌아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 등장인물의 상징성과 다양한 해석
음악가들: 각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음악가들은 예술가로서의 꿈과 현실, 성공과 실패의 갈등을 상징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와 희망을 반영합니다.
노년의 인물들: 이시구로의 작품에서 노년의 인물들은 종종 과거와의 화해, 인생의 황혼기를 상징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젊은 예술가들: 젊은 음악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열망,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좌절과 성장을 상징합니다.
| 작가의 일생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5세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켄트 대학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수학하며 문학을 공부했으며, 그의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은 198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시구로는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등의 작품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녹턴'은 이시구로가 젊은 시절부터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음악이 그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소설집을 통해 그는 음악과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 문학적 요소 분석
서술 기법: 이시구로의 '녹턴'은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각기 다른 목소리를 통해 다층적인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상징주의: 음악은 각 이야기의 중심 주제로, 인간의 감정과 삶의 순간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인물들의 내면과 외적 상황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구조: 다섯 개의 단편 소설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합니다.
| 주제와 메시지
'녹턴'은 음악을 매개로 한 인간의 관계와 삶의 여정을 탐구합니다. 각 이야기는 사랑, 실패, 희망, 그리고 인생의 황혼기에서의 반성을 다루며, 음악이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형성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시구로는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달합니다.
| 작품의 영향력
'녹턴'은 출간 후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이시구로의 문학적 깊이와 섬세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은 음악과 문학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탐구하며, 후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 리뷰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은 음악같이 강약이 존재하며 낮보단 밤, 햇살보다는 노을, 흥분보다는 금욕에 가까운 잔잔하고 밋밋한 작가 특유의 음이 존재하는 복잡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인간'이다.
어떤 환경과 사건에 놓여 있든 모든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의 인간과 그에 대한 상호작용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섯 편의 단편들의 결말은 하나 같이 밋밋함을 느끼게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점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가 예전에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결여가 작품에 녹아들어 배경과 사건을 구상했고, 작가가 말하고, 보여주고 싶은 의도와 뜻이 '인간'에게 부여됨으로써 이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 된 이유가 아닐까?
그의 정서적이고 투박하지만 복작한 음표들의 향연을 황혼의 저편에서 잔잔하게 흘러 들려오는 음악을 거기서 마주하는 인간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 마무리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은 음악과 인생의 황혼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탐구하는 걸작입니다. 이 작품은 이시구로의 섬세한 문체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녹턴'은, 삶의 다양한 순간과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특별한 소설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