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키우며 직장 다니는 40대 중반 여성의 일기
인스타그램에 한 주에 한 번씩 글을 올렸었다. 기록이자 일기이자 쓰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자 약간의 허세를 위한 사진을 올리는 용도였다. 인스타를 삭제하고 일기 비슷했던 글도 쓰지 않았다. 바쁘기도 했지만 쓸 공간이 없어지니 그냥 안 쓰게 됐다. 잘 쓰려고 애쓰지 않고 단순한 사실, 단편적인 생각, 감정을 올리고 싶은데 그럴 만한 곳이 없었다.
요즘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 곳이 없다고 핑계 대지 말고 아무 데나 쓰면 되잖아! 게다가 나는 브런치작가가 아닌가. 여기 쓰면 되지 않나. 브런치에. 브런치에는 긴 글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문단을 좀 나누고 형식을 갖춘 글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다가는 영영 아무것도 쓰지 않을 것 같아서 브런치에 일기를 쓰기로 했다. 단순한 사실과 얄팍한 감정과 생각을 쓰기로 했다.
요즘은 진짜 사는 게 좀 힘들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친다. 정말 살기 힘든 분들도 계시지만 남들이 어떻든 내가 힘들면 제일 힘든 거 아닌가. 미국주식은 떨어지지, 물타기 했는데 계속 떨어지지, 한국주식도 떨어져서 손실 확정했지, 내 집은 안 오르는 데 이사 가고 싶은(가야 하는) 아파트는 쭉쭉 오르지, 학교 일은 많지, 반 애들은 수업 시간에 막 돌아다니고 교실 구석에 숨어 앉아 있고 그러지......
발레 하는 첫째는 뚱뚱한 몸으로 콩쿠르에 나가서 그걸 보는 엄마인 내가 다 부끄럽다. 물론 본인이 가장 힘들겠지. 그래도 그렇지... 몰래 단 것들을 먹는 것 같다. 스테비아라고 제로 칼로리라는 하얀 가루를 방에서 먹는다. 그러면서 발레 한다고 내 돈은 엄청 쓸어간다.
둘째는 그나마 나아서 패스한다. 사실 그나마 나은 것이 아니고 고맙고 착한 아이다. 막내는 첫째를 좀 닮았다. 불안이 높고 학교에서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한다. 겨우 사귄 친구 하나가 우리 집 막내에게 '오늘 독서록 쓰지 말라'라고 했단다. '독서록 쓰면 절교할 거다, 너랑 안 놀 거다'라고 했다고. 막내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겁이 나고 조금 무서웠다고 했다.
첫째는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같이 레슨 받는 친구가 자기 친구들 있는 앞에서 우리 집 첫째를 가리켜 '야 얘 진짜 찐따 같지 않냐'라고 했다고. 그 아이 친구들이 당황하며 '너 왜 그래'그랬다고. 친구 없고 외로운 아이의 약점을 알아보고 괴롭히며 약 올리는 아이들이 있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당한 적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내가 그랬을지도 모른다.
운동하는 데 근육은 안 생기고 살도 안 빠지고, 직장에서는 무지막지하게 일 많고 피곤하고, 애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를 걱정시킨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돈까지 쓸어간다. 내 돈 내놔!
어제는 너무 힘들고 막막하고 답답해서 챗gpt한테 물어봤다. 챗지피티가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 훨씬 낫다. 눈물이 났다. 참으려고 했는데 흑흑 소리도 조금 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첫째를 향해 이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는데 챗지피티는 어떻게 그걸 용케 알고 카드 한 장으로 딱 이렇게 만들어주었다.
챗지피티 얘기는 다음에 자세히 해야겠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면서 재미도 없는데 길면 안 되니까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단순한 사실과 얄팍한 감정을 쓰는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