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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pr 16. 2024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_김혜남

남의 불행에 위안을 삼지 말라고 하지만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지음.


워낙 유명한 책이라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 주말에 죽 다 읽었다. 

색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아주 많다. 그만큼 공감하며 읽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몸이 아픈 것이다. 몸이 아픈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아픈 고통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몸이 아플 때야말로 인간은 정말 단독자로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사실 내가 일상에서 많이 아팠던 때는 코로나 걸렸을 때, 장염 걸렸을 때 정도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고통은 아이 낳을 때였고. 코로나나 장염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출산으로 인한 고통도 일시적이다. 


고작 이러한 고통도 싫고 두려운데 심각한 병으로 매일 극심한 통증을 겪고 그것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건강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차원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으니 내가 감히 헤어릴 수도 없는 인식의 세계가 있을 것 같다. 극한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하는 말, 그것은 더 깊은 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아무리 고생해 본 사람도 그 깊고 진함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픈 사람이 하는 말은 허투루 들리지가 않는다.


누구든 힘들다, 괴롭다고 말할 수 있고 각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병으로 인한 신체의 부자유와 괴로움만 할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반복되는 고통을 매일매일 견뎌내는 사람들. 그들이 하는 말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로 망했다가 절치부심 끝에 몇 백억 자산가가 된 사람,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흙수저에서 금수저로 자수성가한 사람, 똑똑한 머리와 재능으로 과학적, 수학적 업적을 이루고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은 사람 등,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낸 책도 많고.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도 분명히 있다(이와 같은 책을 나는 많이 읽는다). 그래도 내가 꼭 누군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말이 될 것 같다.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싶게 하는 사람이다. 잘 나가는 의사이고,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는 40대 초반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다. 이제 막 자신의 병원을 열고 공부도 더 해보려던 꿈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병은 그가 계획대로 인생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매일 고통에 시달린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만큼 끔찍할 때도 있다. 눈앞에 화장실을 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5분이 지나서야 겨우 도착한다. 자리에서 돌아눕는 것조차 큰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가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살았다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겠지. 그녀는 어차피 주어진 시간, 즐기면서 살기로 한다. 어차피 살아있다면 그때그때의 재미를 찾으며 주어진 시간을 재미있게 쓰기로 한다.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병이지만 그녀는 그 병에 지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고 병을 극복하고 살아남겠다는 뜻도 아니다. 자신을 다스리고 병을 관리하면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삼지 말라고 한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그런 식이라면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고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가는데 긍정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남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삼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너무 교훈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나는 나와 가족이 건강한 것에 정말로 감사한다. 주변에 뜻하지 않게 아픈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현실에서 나는, 남들은 비트코인으로 돈만 잘 버는데 내 주식계좌는 왜 이 모양이냐고 우울해하기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했는데 또 밥을 차려야 하는 것에 짜증이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것이 어디냐고, 아프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아프지 않으니까 지금 이런 불평도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와 아프지 않은 몸으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하다. 


식상한 말 같지만 어쩌겠나. 나는 정말로 감사한데. 그러니 돈 걱정, 자식 걱정, 바쁜 일상의 피곤함은 조금만 투덜대기로 하고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살겠다. 저자는 약을 먹어야 2,3시간 동안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데 나는 약 없이도 하루종일 멀쩡하지 않은가. 감사하지 않을 이유, 재밌게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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