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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Feb 27. 2023

거리를 둬 보자

공간이 생기더라.

오랜만에 글쓰기 책을 주문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오랜만에 책 추천을 하길래 알아보지도 않고 시켰다. 택배 포장을 뜯었다. 두께가 생각보다 얇았다.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다. 단숨에 해치우면 남는 게 없겠다 싶어 천천히 읽기로 했다.


읽다가도 금방 다른 책으로 갈아탔다. 때로는 조용히 책을 덮고 내 글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했다. 이렇게 읽으니 급하게 읽을 때완 다르다. 글 사이사이마다 소재가 넘친다. 빨리 읽었을 때보다 밑줄과 메모가 훨씬 많다. 이게 다 삶에 적용할 지침과 글감이다.


일 년에 책 50권 읽기를 목표한 적이 있다. 100페이지마다 클립을 꽂았다. 하루에 읽을 양이다. 식탁, 화장실, 사무실 가리지 않았다. 틈만 나면 눈길을 책으로 보냈다. 두껍고 얇고 할 거 없이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다 끝나고 보니 뿌듯함만 남았다. 사고가 확장하거나 지식이 쌓이는 건 뒷전이었다. 독서가 주는 이로움은 완독 한 권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머릿속에 무작정 텍스트만 집어넣는다고 지혜로워질까. 사고하는 과정도 독서라고 여긴다. 너무 읽기만 하지도, 생각만 하지도 않는다. 정도를 지키는 것이다. 나는 이걸 독서와 거리를 둔다고 한다. 한 발짝 떨어지니 공간이 생긴다. 공간이 생기니 뭐라도 채운다. 그렇게 하니 강박에서 벗어났다. 책은 무조건 다 읽어내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읽는 그 자체가 유익한 행위다.


이렇게 보면 독서나 관계나 비슷하다. 집착하면 선을 넘게 된다. 반대로 관심을 끄면 멀어진다. 온기가 닿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아무것도 없이 사람을 밀고 당기면 안 된다.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 의미를 채워야 한다.


문득 적당히 거리를 두어 좋은 건 여기저기에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공허하지 않고 너무 빽빽하지 않게, 온기를 느낄 정도의 의미를 채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많을수록 삶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내 주변에 멀리해야 할 건 무엇이고 다가가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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