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섭' 그 이름의 의미에 대하여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지혜롭게 삶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

by 블루엔진

2015년 10월 31일 오후 6시, 긴 시간을 건강하게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고 세상의 첫 걸음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너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아버지는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세상의 시간 속에서 너와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지만, 갑자기 떠나게 되는 시간이 다가온다면 나는 너에게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까라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다가 그 일환으로 이 글을 몇 글자 적기 시작한다.


예전에 너의 할아버지이자, 나의 아버지는 내가 사춘기를 맞이하던 시절 책을 한권 주셨단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전하고 있는 필립 체스터필드의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라는 책인데, 그 책에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지키고 살아가기 힘든 부분들에 대하여, 하지만 그것들만 지켜나간다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본질들이 숨어있었고 나 역시 시대가 어떻게 변해가더라도 세부적인 방법론이 변할 뿐 사람이 가져야 하는 품격과 가치에 대해서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더라도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나도 너에게 그 책을 언젠가는 읽게 할 것이고, 많은 대화를 하겠지만 이왕이면 아버지가 짧은 34년의 인생이지만 그 가운데서 겪었고 깨달은 것들, 그리고 앞으로 깨달아나갈 것들에 대하여 아버지의 직접적인 생각과 기록을 너에게 남겨줘야 할 "하나의 유산" 으로 생각했기에 부족한 필력이지만, 이렇게 몇 자를 적어나간다.


오늘은 그 첫번째 이야기로 아버지가 너의 이름을 박지섭으로 지은 이유를 알려주려고 한다.




"智攝 - 지혜 지, 다스릴 섭"


한국 문화에는 전통적으로 집안마다 "돌림자" 라는 것을 사용하고, 이를 통해서 가족 간과 같은 세대 간의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있는데, 너를 가졌을 때 처음에는 "다스릴 섭" 을 돌림자로 알았다. 아버지는 원래 이름, 집안 이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자라왔기 때문에 살면서 집안의 족보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고 아버지 이름에 "根" 이 돌림자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는게 없었지만, 너를 가지면서야 우리 집안의 뿌리는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2~3명 이상의 자녀를 가질 계획도 없었기에 우리 부부가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그래도 어딘가에 내가 의지할 집단이 있다는 "증표" 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돌림자" 를 많이 신경쓰면서 너의 이름을 지었다.


물론 나중에 너의 진짜 돌림자가 빛날 현(炫) 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지만, 처음 집안의 증표로써의 주려고 했던 의미를 포기하면서도 그래도 아버지가 처음 지었던 이름을 강행했던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도 잘 지키고 있지 못하지만 세상 모든 존재와는 다르게 특별한 지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진짜 인간" 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갔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보다 이 곳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위대한 성공과 성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그 주변의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별 볼일 없는 것일지라도 세상의 전체의 변화를 합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너는 충분히 이 세상을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간 사람이 될 수 있다.

정말 주어진 달란트가 아무것도 없어 좋은 곳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타인에 피해주지 않고, 너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살아가면 된다. 그것 또한 역시 세상을 뒤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아니기에 그 자체만으로 최소한의 의미는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식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삶 속에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혜" 가 더욱 중요하단다. 그래서 처음에는 知 (알 지)를 쓰려고 했지만 좀 더 높은 수준의 지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智 (지혜 지) 라는 글자를 가져왔단다. 위에서 아버지가 그 자체만으로 최소한의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 삶을 넘어서 세상을 좀 더 올바르게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攝 (다스릴 섭) 자를 가져왔는데, "섭" 자를 보면 "耳" 가 3개가 중복되어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스리는 자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를 통해 겸허하게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되 스스로 판단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은 결국 지섭이 너의 몫이다.


2016년 3월에는 "알파고"라는 AI 가 컴퓨터는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바둑" 이라는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격파하는 세계적인 이변이 있었다. 너의 할아버지의 세상은 그저 "성실함" 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아버지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아날로그부터 디지털을 넘어 이제는 인간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고 경쟁의 법칙도 다양하고 그 법칙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단다. 아들이 성장하여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이미 Beyond Digital 의 세상은 보편화되어가고 있을 것이고 세상 속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을 때는 이미 "게임의 법칙" 은 아버지의 세상과는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고 그 규칙을 정의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단다.

(아버지는 아들의 시대에 그저 인류가 양극화의 극단이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별 것 아니지만 삶 속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나가는 것이 삶의 하나의 목표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생각하는 지혜를 가지고 주변을 잘 다스려나간다는 본질만 지킨다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단다. 아버지는 언제까지나 니 곁에서 모든 것을 지켜줄 수가 없는 사람이기에, 너의 이름 속에 그 바램을 담았고 항상 주변 사람들과 세상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지혜롭게 삶을 통제해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꼭 세상이 세워놓은 기준 속에서 1등이 아니라 너만의 삶 속에서 너 스스로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는 것. 그것이 너의 인생의 진짜 목표가 되길 바란다.


2016년 4월 11일 월요일,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P.S 너의 족보의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柱(기둥 주)炫(빛날 현)" 이다. 할아버지는 지섭이가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신다. 아버지 역시 지금 나의 모습을 넘어서 더욱 빛나고 성장하는 아들로 성장하길 바라고 항상 응원하마.

이 분은 소지섭, 志燮(뜻지, 불꽃 섭)으로 너의 이름과는 뜻이 다르단다. 하지만, 이 분처럼 간지나게 자라도록 아버지가 노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