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엔진 Jan 13. 2016

엄마 육아 책임론 다시 생각하기 - 1

SBS 스페셜 - 엄마의 전쟁 2부까지 보고 나서 


 2015년 10월 31일. 나에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막연했던 "자녀" 라는 축복이 다가왔다. 현실적인 계산을 먼저 하는 나의 습관처럼 아기가 태어난다는 즐거움보다 아직은 다가오지 않아서 피부로 느낄 수 없지만 막연한 공포로 다가오는 미래의 재정적 압박, 지금이 아니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주변의 도움이 되지 않는(?) 충고에 의한 강박관념이 혼합되어 임신 기간 동안의 많은 짐을 "엄마" 라는 이름의 아내에게 너무나도 많이 떠넘겼다. 

 막상 출산을 하고 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빠로서가 아니라 "엄마가 하지 못하는 것" 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입장으로 역할을 할 뿐 육아의 부담을 온전히 나눠가지고 있지는 않다. 또한 아내는 나에게 별다른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당신은 가장으로서 바깥 일에 충실하고 너무 밤늦게만 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쉬운 미션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나는 너무 이기적인 남편이다...)


 사실 최근 들어 언론 기사들을 접하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라는 현상 설명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육아 부담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남자들이 가장 적다는 것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 나 역시도 육아에 거의 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사람의 무책임한 아버지로서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있다. 개별 가정의 아빠, 엄마의 양육 부담은 각 가정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했을 때 그러한 선택에 영향을 반 강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이고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고민의 첫번째 시작으로 아래의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 육아가 언제부터 "엄마" 혼자의 책임이였을까?


 동서양의 차이, 인간의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성별 차이, 그리고 현대로 들어와서의 환경 변화에 의한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라는 아주 거대한 얘기까지 접근할 필요 없이 가장 가까운 50~100년 전으로만 돌아가보자.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산업 기반은 "농업" 이였고, 이 시절 가장 중요한 것은 "일손(노동력)" 이었다. 오래된 문화와 전통을 가진 만큼 혈통에 기반한 가족 중심의 문화가 발달했던 우리나라는 "대가족" 이라는 형태로 가족 체제를 운영해왔고, 또한 그러한 대가족이 모인 "마을 공동체" 를 형성하여 생활을 영위하던 것이 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1~2세대 전의 일이다. 

 

 이러한 세대의 "육아" 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모든 책임이 이 시절에도 엄마에게 있었을까? 글쎄..? 힘이 쎈 아버지와 삼촌들은 아침에 되면 농사를 하러 논밭으로 출근한다. 이들을 위해서 집 안에 있는 여성들은 가사일을 하면서 새참을 준비한다. 기력은 있지만 노동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할아버지는 방안에서 어른으로써 그냥 앉아있고, 할머니는 가사일을 진두지휘한다. 아주 작은 규모의 가족이 아닌 이상 최소한 2~3가족, 많게는 5~7 가족이 모여서 살기 때문에 그리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다만, 조금 능력이 부족하거나 농땡이 피우는 미운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 그런 상황에서는 "아이들"도 많다. 굳이 어른들이 관리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개울가로 가서 뛰어놀고 고사리 손이지만 집안일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집안의 가풍과 전통을, 할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부모님은 성실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삼촌/고모/작은어머니를 통해서는 손위 어른을 대하는 법을, 아이들끼리는 또 그 세대들만의 놀이와 우애를 배워나간다. 이러한 작은 "소사회" 에서 아이는 "학교" 를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족만의 사회화" 를 체득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아주 명확히 구분지을 수도 없을 뿐더러, "모유 수유" 정도를 100% 명확한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뿐, 나머지는 가족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참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의 모습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말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통하여 약 1세대의 역사 속에서 모든 공동체는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 가족은 흩어졌고 고향도 없어졌다.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존" 은 가장 중요한 가족 공동체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시대와 산업화가 맞물리며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핵가족화"가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3~4인 가족 체제" 로 급격하게 사회가 재편되게 된다. 충분히 교육받지 못했던 여성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 남성들에 비해서 사회에 대한 진출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핵가족화 시절 육아에 대한 책임은 "엄마"라는 1명의 여성에게 많은 짐으로 부여되게 된다. 이렇게 핵가족화 1세대 엄마들은 사회 제도적인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격변의 사회 변화 속에서 "육아" 의 우선적인 책임자로 임명된다. 


우리의 가족 공동체는 일제강점기와 6.25를 지나 산업화와 맞물리며 급속히 해체된다.


 사회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여성의 고학력화 및 사회 진출이 당연시되는 2000년대 부터는 이야기의 양상이 조금 변화한다. 핵가족화 1세대 어머니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었고,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전업 주부" 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의 어머니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오직 자식만 걱정하는 전업주부이신 1세대 핵가족화 어머님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여성들도 고등교육의 혜택에서 평등해지면서 핵가족화 2세대의 어머니가 되야 하는 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위상이 달라지게 되었다. 남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정" 에 투입할 수 있는 물리적 여력은 줄어들게 되었다. 아기는 낳고 육아는 하고 싶은데, 나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남자들은 아직까지 이런 변화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핵가족화 2세대의 어머니가 된, 그리고 되야하는 여성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SBS 스페셜이 앞으로 남은 3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에 이슈를 제기할지는 관심있게 지켜보겠지만 도대체 왜 엄마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었는지, 육아는 왜 "엄마의 전쟁" 이 되어버리고, "딸과 엄마의 전쟁" 되어 버렸는지에 대해서 우리 먼저 스스로 고민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별 가정에서 "육아에 대한 책임이 아빠에게도 있다" 라는 변화는 당연한 영역이고, 우리가 얘기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책임을 기존의 "가족공동체" 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부모" 에게만 한정짓는데서 이야기가 끝나서는 결코 안된다. 


언제부터 육아가 "엄마의 전쟁" 이 된걸까? 육아는 공동체의 전쟁이 되어야 한다. 


 분명 우리 사회는 육아를 "공동체" 가 함께 분담하는 구조였다는 점을 반드시 상기하면서 엄마 육아 책임론 다시 생각하기 1부는 이렇게 마무리 하려고 한다. 


 "엄마의 육아 책임론에서 벗어나 이제 공동체 육아 책임론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와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결코 단순한 육아 지원 제도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 마음 속에 있는 당연하게 인정받아야하는 선택들을 "당연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을 때 진정한 육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당연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선택을 당연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는 무엇인지 2부를 통해서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면서 오늘의 생각 정리를 마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