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철
모든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2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조직문화관리와 브랜딩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고 할 것이며, 지금 그게 급한 것이 아닌데 쓸데없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수 없다고 할 것이며,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 간의 일관된 생각을 만들기 어려운 주제라는 것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스터디를 통해서 이 두 가지를 계속 공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로, 임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나의 전문 직무 분야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기본 역량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며, 이번 프립 소셜클럽을 통해서 접한 브랜딩의 비밀을 통해서 과 관련된 수업을 통해 정리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누구나 아래와 같이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을 것이다. 보통 왜 브랜딩을 하는가에 대해서 물어보면 디테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이 주는 "비즈니스적인 효용" 을 얘기한다. 특히 카테고리 킬러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그 자체로 서비스 인지도에 대한 명확한 진입장벽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은 정량적으로 정확히 추적하기는 어렵지라도 분명하게 마케팅 비용의 절감 및 효율성 증대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완전히 동일한 원가(제조, 서비스)라도 경쟁사 대비 고객에게 높은 가격을 수용시킬 수 있는 "힘" 이 생긴다는 것이 모두가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이상적 환상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참석한 프립 소셜클럽 - 브랜딩의 비밀은 나에게 많은 혼란이 있던 생각을 정리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수업의 클럽장은 식스티세컨즈의 조재만 대표님이다. 타 가구 브랜드에서 탑 티어에 속하는 가구 매출을 만들어내는 능력자였지만 조직원으로서 실무를 하는 동안 가졌던 의문과 하고 싶었던 생각들을 실현하기 위해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고 여전히 그 꿈을 향해,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지만 남다른 철학과 실행력으로 자신의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스토리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60초 안에 잠들고 60초 더 머무르고 싶은 잠자리를 만드는 곳
4주 차의 시간은 매주 클럽장이 제안하는 책을 읽고, 식스티 세컨즈의 공간에서 브랜드에 대해서 발제하고 토론하는 형식이었다. 이미 두 권의 책은 이전에 읽은 책이었지만 다시 읽는 기회가 되었고 절대 월정액 도서 서비스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디&디파트먼트, 어반 리브 도쿄는 포기... 했다가 스터디 멤버인 RAWROW 이은현 이사님께서 디&디파트먼트를 빌려주셔서 다행스럽게도 75% 의 완독률(?)로 스터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1주 차는 식스티 세컨즈의 창업 스토리 및 기업 철학, 2주 차는 식스티 세컨즈의 공간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3주 차는 츠타야의 이야기와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브랜드에 대해서 조금 더 길게 토론하는 시간, 4주 차는 식스티 세컨즈의 대치동 쇼룸의 공간에 방문하여 재미있는 히스토리와 한남동 쇼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스터디 마지막의 대미를 장식한 뒤풀이를 통해서 4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적인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클럽장님, 그리고 이미 창업의 길을 걸으며 현실과 투쟁 중인 대표님들, 약국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친구, 각 회사에서 현실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각 기업의 중간급 실무자들과의 짧지만 각자 인생의 여정과 현재를 공유하며 나누는 임팩트 있는 만남의 시간은 커뮤니티 스터디가 가지는 매력 아닐까? (실제 오프라인 커뮤니티 스터디는 개별 구성원들의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4주 내내 논쟁적으로 나왔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결국 종합해보면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무엇이 브랜드이고, 무엇이 브랜드가 아닌가?
100세 시대에 일반 개인에게조차 개인 브랜딩이 강제되는 상황 속에서 무엇을 브랜드로 정의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논쟁적인 지점이다. 또한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식 역시 "기업" 자체를 브랜드로 관리할 것인가, 기업은 됐고 "제품" 을 개별 브랜딩을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구성원인 "개인" 들까지도 브랜딩에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서 각각 실행 방법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개인" 레벨은 CEO 및 일부 슈퍼스타급 임원들, 스타트업의 창업자 및 초창기 인원을 브랜드화하기 때문에 이는 논외로 하더라도(물론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에서 조직문화 관점에서 실무자급을 브랜딩하며 인재 영입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제품" 에만 올인해서 브랜딩을 하고 있는 회사는 "브랜드" 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적인 질문이 나오게 된다. 만약 각 제품의 라인업들이 그나마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상위에 있는 기업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전이될 수도 있겠지만 각 제품의 일관성은커녕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회사는 과연 브랜드 관점에서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각 업종의 특성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제품 단위로 브랜딩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대표적으로 B2C, 그중에서도 소비재 중심 기업), 제품 단위로 하는 게 아무 의미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B2B가 일반적일 것이고, B2C 라도 특정 목적 단일 소비재인 석유...)
아래는 LG 생활건강의 일부 제품 라인업이다. 여기서만 봐도 제품 브랜드들이 펼쳐져있다. 이런 제품 하나하나를 "브랜드" 로써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냥 "제품명" 일 뿐인가? 그리고 이런 제품들을 관리하는 LG 생활건강은 "브랜드" 로써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 이런 논쟁의 여지가 없어야만 "브랜드" 인가? 라는 질문은 계속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한 걸음 나아가면 당장 오늘의 매출이 급한데 브랜딩이 무슨 사치인가? 라며 후순위로 밀려버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 "주장" 하는 브랜드는 남아있지만 고객이 "인식" 하는 브랜드는 전혀 다른 길로 가기 시작하는 것이 우리가 의사결정권자로서, 실무자로서, 또는 고객으로서 느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적 부조화의 지점 인지도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의 해결점이 하루 3시간, 총 4주 차 12시간의 시간 내에서 결론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기수의 소중한 구성원들과의 시간을 통해서 최소한 브랜드가 지속되기 위한 3요소에 대해서는 나만의 관점이 명확히 정리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 브랜드를 지키려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실행
기업이 주장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철학을 우직하고 일관되고 정직하게 실행하고 있는가. 특히, 힘들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온다고 하는 것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에 의하여 성장이 정체되거나 심각한 경우 재무적인 리스크가 다가오는 시점, 예측하지 못한 우발적 리스크(대표적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과연 이 기업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브랜드에 대한 철학이 명확하고 실제 브랜딩을 해나가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강화하는데 이 역시 생각해보면 일관된 브랜드 철학이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내부 직원들 모두 공감하는 올바른 길을 추구했다면 발생하지도 않아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생기고 있다.
2)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
완벽하게 산업적으로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동일한 소재, 동일한 디자인, 동일한 고객 경험을 동일한 원가로 제공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조차 더 높은 가격을 고객에게 수용시킬 수 있는가. 브랜드 일관성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라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는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격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고객들이 브랜드가 일관된 힘을 가지고 지켜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3)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고객
재화에 대한 소비는 각 개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 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해당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소비 여력이 되지 않으면 해당 브랜드와 고객은 매출/구매라는 경제적 공동체로서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 여력이 상승하였을 때 주저함 없이 해당 브랜드를 선택할 "나만의 대기표" 를 들고 있는 예비 고객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가 해당 회사, 해당 제품이 브랜드인가 아닌가를 결정하지만 기업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 프로세스의 설계가 쉬워진, 나아가 AI가 조금씩 관여하며 모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시대, 여기에 반짝하는 크리에이티브라는 양념을 쳐서 단기 매출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 성공 케이스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 요즘 역설적으로 "로컬" 의 가치가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현상은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의 회사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는가? 브랜드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하지만 아직 나는 우리가 그런 길을 향해 모두가 같은 시각과 공감대를 가지고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우리는 제조업체의 일반적인 문법에 맞는 방식으로 모든 프로세스가 돌아가고 있으며, 외부에 대한 브랜딩을 글로벌 대기업의 문법에 맞춰서 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우리 회사의 과거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모두가 코웃음 치던 글로벌 TOP5라는 방향성 아래 "품질 최우선" 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 결과 전 세계에서 한국이 자동차 제조 경쟁력에서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현재에 도착해있다. 너무 빠른 성장과 다양한 내부 이슈들에 의한 혼란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이제 202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믿는다. 여전히 많은 도전이 있을 것이고, 이 길에 동의하지 않는 내부 구성원들도 한동안 있을 것이다. 또 한 번 대중은 우리에게 코웃음을 치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화의 길에는 당연히 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그저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면 될 뿐이다. 프립 소셜클럽을 통해 정리된 브랜드의 작은 진보가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큰 걸음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스터디 후기를 마친다.
Progress for Huma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