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엔진 Feb 11. 2020

좋은 커뮤니티 스터디의 조건

결국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인가

 최근 커뮤니티 스터디가 활성화되고 있다. 트레바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인 "설마 사람들이 돈을 주고 모여서 책을 보고 토론을 하겠어?" 라는 질문에 도전적인 실행을 시도했고 2020년 2월 현재로 봤을 때는 일정한 사업성을 인정받으면서 순항하고 이를 보며 참 많은 스타트업들이 커뮤니티라는 명분을 가지고 사업성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 이사님이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의 책을 통해 커뮤니티 스터디에 대한 생각의 지점들을 정리해주셨고,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좋은 커뮤니티 스터디의 조건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내려보려고 한다. 

 이 글을 지금 쓰게된 또 하나의 이유가 "사업적인 목적과 개인의 영향력 확대" 에만 치중하는 사람들이 좋은 명분으로 포장하고 공동체의 수질(?)을 흐려놓은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최근의 분위기로 인해 느끼는 불편함 때문이라는 점도 같이 밝힌다. 


왜 우리는 지금 커뮤니티 스터디를 말하는가?


 이 질문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2가지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원래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포기하기 쉬운 주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데드라인 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것이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가 데드라인의 강제성이다. 나 혼자 정하는 데드라인은 아무 제약사항 없이 변경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혼자서 하는 다이어트, 금주, 금연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다. 


 둘째,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최소한 100세 이상은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20대까지 공부했던 것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또는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데 계속 공부는 해야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1. 그래도 나는 혼자서 한다! 요즘 동영상 플랫폼부터 검색만 하면 공부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넘쳐나니까!!
 2.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전문적인 기관을 찾아가서 공부해야겠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두 가지 모두 그렇게 잘 작동하기가 어렵다. 해보신 분들은 느끼겠지만 독학은 "공부를 하기 위한 세팅" 에 너무 많은 개인의 시간이 투입된다. 정보가 많아진 것은 좋은데, 그만큼 정보의 오염도 심각하다. 좋은 상품 찾으려고 검색해서 읽어보니 결국 업체의 바이럴 콘텐츠에 낚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무료 콘텐츠에서 즉시 양질의 콘텐츠를 찾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찾다가 지치고 지속성도 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배우고 싶은 수많은 것들을 전부 전문 기관에 찾아가서 배운다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비싸다. 가장 최단 시간 내에 나의 목적을 달성시켜줄만큼 좋은 커리큘럼과 전문가, 관리 시스템 등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가격은 더욱 올라간다.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생계와 연계되어 있거나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콘텐츠 대비 저렴한 온라인 전문 강의를 선택하면 결제만으로 시작이 반이다! 라고 외치며 다시는 로그인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아이러니를 겪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원래 평소에 하기 싫어했던 공부라면 더더욱... (나 역시 영어와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에서 이런 뼈아픈 실패를 아직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낮은 가격의 오프라인 수업에 참여하면 "아... 시간 버렸다. 홍보하는 내용 대비 실속은 전혀 없구나" 라는 경험도 적지 않게 하게 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6년전인 2004년 22살때 참여한 90분 3만원짜리 과정에서 콘텐츠의 질에 분노하며, 그 자리에서 강력한 CS 이슈를 제기하여 환불을 받아가신 어떤 분의 뒷모습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스트캠퍼스의 과정. 저도 투자하고 싶습니다만... 둘째가 아직도 기저귀를 착용하셔야 하다보니...ㅠㅠ

 

 결국 커뮤니티 스터디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이러한 방식의 절충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혼자할 때보다 같이 할 때 포기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적정한 경제적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세상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명확하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모일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케이션 Tool 이 늘어나면서 "커뮤니티가 구성될 수 있는 최소 조건의 비용" 이 낮아지는 것도 전문기관 대비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학습결과는 오로지 자기한테 달렸다. 솔직히 돈 많으면 전문기관이 가장 단기간에 달릴 수 있는 방식이나... 너무 비싸...

그럼 어떤 기준으로 커뮤니티 스터디를 선택해야 할까? 


 이건 오로지 내가 참여했던 커뮤니티들에서 겪은 경험을 기준으로 세운 원칙이므로,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유연하게 활용하시길 바란다. 커뮤니티 스터디를 선택할 때 당연히 자신이 필요한 목적을 생각하고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논외로 한다.  


1) 커뮤니티 스터디의 운영자(또는 운영진)의 Main Job 은 별도로 있으며, 경제적 목적을 우선하지 아니하는가?
 

 이게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선한 영향력을 위해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 커뮤니티의 리더이고 운영진인가. 사실 이게 모든 문제점들을 상쇄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영자(또는 운영진)이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 해당 스터디가 그 또는 그들의 생계에 경제적으로 상당히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해당 커뮤니티가 제대로 된 지속가능성을 가져가기 어려울 수 있다. 초창기에는 무료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차후에 갑자기 회비를 무리하게 받거나, 갑자기 사업 모델로 전환하려고 하는 등의 리스크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이런 커뮤니티의 활동의 결과를 운영자가 별도의 노력을 들여 별도의 콘텐츠로 만들거나, 해당 경험을 기반으로 적절한 연계점을 찾아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커뮤니티 자체를 키워서 이것을 돈벌이로 삼으려고 하는 곳은 그 끝이 별로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곳 중에서는 사업성 테스트를 위해 무료 또는 가성비 좋은 가격에 최선을 다하는 경우도 있으니 적절히 이용하면 좋다. 언제까지? 돈벌이에 희생되기 전까지!


 실제로 내가 오픈플랫폼 형태로 다양한 스터디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곳이라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던 어떤 곳에서는 반기 회비 5만원을 받을 때까지는 엄청난 노력을 보여주다가(심지어 WEB 기반 하이브리드 APP 까지 별도로 운영한다) 그 이후에는 어떤 안내조차 없었고, 들어갈만한 스터디는 추가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항상 조기 마감되어 있었다. 충분히 비용없이 오픈된 Tool 을 가지고도 운영할 수 있었을텐데, 별도의 APP 까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내가 만난 좋은 커뮤니티 리더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서 연계된 다양한 기회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은 있었으나, 그럴수록 오히려 더 커뮤니티에는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자 노력하는 경우는 있더라도 그 자체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참여하는 내가 운영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의 커뮤니티가 역설적으로는 가장 많은 만족감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참 아이러니하다. 

모든 문제는 사실 "머니" 때문인 경우가 참 많다. - 출처 : JTBC 비정상회담


2) 참여의 데드라인 효과와 나태함을 방지할 명확한 운영 원칙이 있는가?  

 커뮤니티 역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해당 커뮤니티의 수준은 운영진의 선한 의도 + 커뮤니티원들의 구성에 달려있다. 다만, 커뮤니티는 일반적인 전문 교육기관과는 다르게 무료 또는 최소한의 운영비용만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나태함" 이라는 악마가 찾아올 수 있다. 운영진 입장에서는 고된 Main Job 에도 불구하고 선한 의도로 개인 시간을 희생하며 이를 이끌어가다 보면 당연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라는 현자타임의 시간이 반복적으로 찾아올 수 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반대급부가 크게 작용하지 않다보니 커뮤니티의 기본 원칙들을 무시하거나 구성원들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좋은 커뮤니티는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독서토론 모임을 하는 곳인데 책을 아예 안 읽어오는 사람은 당연히 모임에 일정한 방해 요인이 된다. 이럴 때 참여의 기본 원칙으로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짧게 나마 작성하는 "의무사항" 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참여를 못하게 해야한다. (트레바리를 보면 전문 클럽장을 만나는 것을 제외한다면 단순 테마별 독서클럽의 경우 사실 이 행위를 왜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하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자격증을 같이 준비하는 모임이라서 서로 일정한 공부 범위를 부여하고 이를 풀어온 다음 각자 발제를 하기로 했는데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명확한 페널티의 원칙을 가져가야 한다. 벌금, 강퇴 등의 요인이 바로 이런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 많은 커뮤니티의 Comm. Tool 이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퇴 가능...)  


 의외로 이런 운영원칙이 없는 곳이 많다.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속성이 있는 커뮤니티가 되려면 1)참여할 때 일정한 허들을 가지고 원칙을 숙지시키며, 2)구성원의 약속된 원칙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3)이러한 원칙이 상황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며, 4)필요에 따라 구성원의 동의에 맞게 환경에 적응하며 변해가야 한다.

출처 : medium.com - 미래하우스 : 시민의 한옥에서 커뮤니티를 실험하다!


3) 구성원들이 목적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가? 


 커뮤니티가 표방하는 목적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있는지는 내가 참여하는 목적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중요하다. 모두 성인들이고 각자 지향하는 가치관이나 경험치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개인의 수준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건강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서 목적의 합목적성이 있는 구성원들이 있는지는 내가 계속 커뮤니티에 참여할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심지어 모이는 이유가 단순한 친목도모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굳이 지인들끼리가 아니라 커뮤니티로 모인다는 것은 친목도모조차도 구성원 간에 일정한 기대치를 가진 암묵적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언어적으로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지라도. 


 와인을 마시자고 모여도 와인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지식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목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와인을 즐길 뿐 지식으로 아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한테는 그저 맛만 즐기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문화상 대놓고 말은 못해도 참여하는 내내 불편한 존재일 것이고, 반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소한 지속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서 몇 번 이상은 참여해보면서 자신 스스로 완급 조절을 해보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깔끔하게 뒤돌아설지를 명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수준차이보다는 구성원들이 목적을 향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내가 실력만 갖추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수준차이가 나서 참여를 고민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본인이 커뮤니티에 더 빠르게 나눌 것이 생겼으니 운영진과 상의하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이다. 

어떤 커뮤니티는 모임 끝나고 나오면 코인 노래방가서 이 노래 부르고 싶을 때가 생기는 신박한 경험을 하게 된다. 


4)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가까운 곳이 최고다. 


 이건 뭐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멀면 멀수록 No-show 의 위험성이 생기고 그 자체가 상호 간에 피해를 준다. 커뮤니티에는 운영 부담을, 자신에게는 출석 약속도 못지키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자괴감을...


커뮤니티에 참석하기 위한 마음가짐, 그리고 그 다음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커뮤니티는 강제성보다는 참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심사숙고 했던지, 그냥 일단 지르고 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지 어떤 커뮤니티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면 자기 스스로에게 "권리" 보다는 "의무" 를 먼저 부여하고 오직 참여자들 서로의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커뮤니티가 산으로 가다보니 리더나 운영진이라는 구성원의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결국 커뮤니티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반드시 한 가지 더! 자신 스스로가 항상 배우는 사람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걸음 발전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라는 것이다. 결국 공부를 하는 이유는 계속 배움의 단계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것을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을 위해서 나누고자 할 때 조금 더 명확한 목적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참여했던 커뮤니티 중에서 리더와 구성원 모두 권리보다는 의무를 우선시하고 잘 지키는 곳일수록 계속 발전했고 모두가 합의된 만족할 지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다보니 토요일날 참여한 스터디에서 공간을 제공해주신 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후기를 올리기로 했던 약속을 깜빡했다. 이 글 발행하고 어서 후기 포스팅하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립 - "브랜딩의 비밀"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