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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Jun 05. 2021

금메달

직업이 되지도 않고 수입이 생기지도 않는 단순 취미인 주짓수로 대회까지 나간 이유는 새로운 떨림을 느끼기 위해서다.


미숙한 일로 누군가와 경쟁을 하면서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는 그 모호한 경계성 앞에서 느꼈던 긴장과 설렘.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수많은 탈락 앞에서 좌절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정해진 룰 안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승패를 바로 확인하는 시합으로 보다 확실히 나의 장단점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상대방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을 것을 깨닫고, 열정을 다해 임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부족함을 느꼈다.


상상했던 만큼 배우고 익힌 것을 다 시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서른셋에 시작한 주짓수로 메달을 딸 수 있다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수많은 일 중 분명 잘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얻은 자신감과 용기로 다시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더해진다는 것을.


혹여나 지더라도 대회를 준비하고 시합을 하면서 느꼈던 그 떨림으로 지루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패배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도전 자체에 담긴 의미로 한 동안은 포기보다 노력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불가능이라고 여기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어쩌면 재능이 되거나 희망이 될 수도 있기에

주저하지 말고 시도하자고. 포기는 그때 해도 늦지 않으니까.


인생 첫 금메달, 자랑하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도전을 다짐하기엔 더없이 힘이 되는 하늘의 달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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