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3

세비야로 가는 길

by 수필가 박찬선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향하는 AVE 열차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평야와 올리브 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태양은 높이 떠 있고, 대지는 푸른빛에 잠겨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시야 어디에도 교회 건물이나 성당, 모스크의 첨탑이 보이지 않는다.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이곳에 사는 이들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열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지만, 내 영혼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함께 AVE 열차에 몸을 실은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하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평온이 있지만, 그 평온이 영원의 평안인지, 아니면 일상의 무심함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의 영혼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축구 경기의 함성과 열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투우장의 붉은 망토와 환호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영원의 세계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세비야로 가는 이 길은 단순한 여행의 길이 아니다. 이 길은 영혼의 방향을 묻는 길이다.
눈에 보이는 성전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예배는 지금도 어디선가 드려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의 영혼은 결코 공허 속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축구를 예배하고, 누군가는 문화와 예술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며, 또 누군가는 조용히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열차는 속도를 더해 남쪽으로 내려간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한다.
“주님, 이 열차에 함께 탄 이들의 영혼이 길을 잃지 않게 하소서, 보이는 교회 첨탑은 없어도, 마음속 성전이 무너지지 않게 하소서.”

창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이어지지만, 내 마음속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세비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 영혼의 목적지를 묻는 순례의 길이 되고 있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화려한 첨탑보다, 이렇게 달리는 열차 안에서 더 조용히 우리에게 말씀하시는지도 모른다.

“너는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

AVE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나의 영혼도, 세비야를 넘어 더 깊은 영원의 도시를 향해 조용히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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