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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Mar 01. 2024

경영측면에서의 돈오와 점수

불교에 돈오(頓悟)와 점수(漸修)라는 말이 있다. 돈오는 '단박에 깨닫는다'는 뜻이고 점수는 '점차로 수행해 나아가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 말이 유명하게 되고 또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성철스님이 『선문정로(禪門正路)』에서 돈오점수(단박에 깨달음을 이룬 다음에는 점차로 수행해서 깨달음을 완성한다는 주장)를 비판한 데서 촉발된 이른바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에서다. 성철스님 말씀에 의하면 '깨침과 닦음은 점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오(단박에 깨달음) 일뿐만 아니라 돈수(頓修, 단박에 수행을 마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수행할 것이 남았다면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돈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쪽 분들은 수행은 점진적인 것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닦아 나가야 하고 비록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습기(습관)는 금방 제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수행해서 그러한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글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여러 경영과 관련된 논리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수행에 초보가 보기에도 앞의 돈오와 점수 주장을 자세히 보면 각각의 주장은 각자가 일리 있는 면이 있다.           

위의 논쟁은 『제로투원』 책을 읽으면서 2가지 유형이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투원-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한국경제신문)』에서 주장하는 바는 기존 생각의 부정에서 출발한다.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생각하라.'라고 제시하고 '기술이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며, '기존기술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등장할 대체 기술보다 적어도 10배는 뛰어나야(즉, 혁신적이어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또 신생기업 세계에서 최고의 이론은 ‘똑똑한 디자인’이라고 주장하고 잡스가 디자인한 가장 위대한 작품은 그의 '사업'이라고 주장하면서 애플은 사업 시작 초기에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효과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명확한 장기적 계획을 상상하고 실행했다. '최소기능제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기초부터 망친 신생기업은 되살릴 수가 없다.(틸의 법칙) 우주도 빅뱅 시에 아주 잠깐 사이에 10의 30승 규모로 확장되었으며, 미국도 권리장전을 채택 이후에 수정된 것은 몇 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일찌감치 내려진 '나쁜 결정'은 이후에 바로잡기가 아주 어렵다면서 회사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초의 사안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며, '부실한 기초 위에 위대한 기업을 세울 수 없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각 장의 제목도 도발적이다. '마피아를 만들어라(10장)', '회사를 세운다고 고객이 올까(11장)', 이러한 주장을 통해 처음 계획부터 독창적이고 완전한 것을 요구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보는 눈도 남달랐는데 사회를 위해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이러한 길로 나아가길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창업자는 때로는 괴팍하고 기이하고 남들에게 지탄받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에 완전히 일치된 비유는 있을 수 없지만 상기 주장은 돈오돈수의 선가(禪家)에서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의 박상혁 교수님 주도 독서모임인 북새통 108회에서 채택된 책인 『하버드 인생학 특강(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외, 알에이치 코리아)』에서의 내용은 점진적인 발전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그는 '시작하며'에서 이미 책에 대한 개요를 잘 설명해 놓았다.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며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말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자 상대방은 혼자 힘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 냈고 현명하고도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을 추진함에 앞서 '좋은 이론'을 세우고 따를 것을 제시했다. 이른바 '좋은 이론'은 변덕을 부리지 않고, 특정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예외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는 보편적인 진술이라고 정의하고 이 '좋은 이론'은 우리가 문제를 범주화하고 설명할 수 있게 도와주며,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정보일 뿐으로, 경험과 정보가 좋은 선생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 여러 번 결혼할 수는 없듯이 이른바 좋은 이론으로 우리가 경험하기 전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또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는 아니라고 전제하고 상관관계에서 인과관계로 이동할 때 진보가 있게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우선순위의 논의하기 위한 동기부여, 둘째 기회와 도전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을 것과 예상되는 기회에 집중한 계획을 추진할 ‘의도적 전략’과 의도적 계획이나 전략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할 ‘창발적 전략’에 대한 강구, 셋째 실행을 위해 자원을 전략에 투입(투자)하는 것에서 중요한 큰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의도적 전략과 창발적 전략이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론에서 출발한 내용 전체는 점수(漸修)의 사상과 닿아 있다.      

저자는 이런 이론을 개인과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형의 모범형이다. 앞서의 피터 틸의 주장과는 다소 배치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 두 가지 사상이 다 근본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의 위대한 선승 중의 한 분인 임제스님이 『임제록』에서 한 말씀 중에 가장 중요한 말씀으로 거론되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곳이라는 뜻으로, 자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에 닿아 있다. 점수와 돈오의 상대적인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부분에서는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런데 궁극적인 깨달음은 인과관계와 관련은 있지만 인과관계의 연장선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 세상은 모두 인과관계 속에 있다고 부처님이 말씀하셨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모두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의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상혁 교수님이 두 저자가 쓴 『제로투원』에 대한 페북 글을 보고 올리신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이 되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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