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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Mar 09. 2024

인구문제에 대한 생각(1)

- 아이들의 관상을 통해 보는 미래

얼굴의 생김새를 보는 것을 관상(觀相)이라고 한다. 얼굴의 생김새는 그 사람의 건강과 오랫동안의 심리상태를 반영하여 형성된다는 생각에 따라 형성된 내용이지만, 한동안 관상도 사주(四柱)와 비슷하게 미신의 일종으로 여겨져 외면받았다. 요즘은 외모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심리학의 발달과 더불어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성형외과 가는 것이 각광받고 있으니 세상이란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이다.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모든 존재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한 개는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손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발도 그렇고 귀도 그렇고 홍채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발 반사구를 이용해서 마사지나 자극을 통해 치료를 하고, 귀침(이침)이나 수지침으로 병의 증상을 완화하기도 하고 홍채 분석을 통해서 병을 진단하기도 한다. 또한 관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인상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품이나 지위, 경제 상태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느낌을 받아 알 수 있다. 그런 것을 보면 굳이 심리학 논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첫인상의 중요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금속(金屬)도 관상을 본다. 금속의 관상을 보는 것을 금상(金相)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학문이 금상학이다. 영어로는 Metallography라고 하고 다른 말로 금속조직학이라고 한다. 금속의 관상을 보는 금속조직학은 금속의 조직을 보고 금속의 이력이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금속조직학의 이론과 약간의 기초적인 지식을 배우고 실제로는 직장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금속 조직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 사수(예전에는 직장 상사 중에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던 분을 군대식으로 이렇게 표현했다)께서 금속의 조직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금속의 조직은 보는 것(내가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금속의 조직을 통해서 금속 자신이 과거에 살아왔던 이야기와 또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가르침을 받는 것)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상학자는 그런 금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철학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공원에서 만나는 요즘 아이들의 관상을 보면 정말 잘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얼굴도 참 잘 생겼다. 인구문제로 걱정이 많고, 아이를 안 낳는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관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따금씩 마주치는 아이들의 얼굴이 반듯하고 잘 생겼다는 것은, 우리 미래가 밝다는 희망의 하나다. 예전, 50년도 더 지난 초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이 오버랩되어 떠오른다. 참으로 우락부락하고 울퉁불퉁하고 무표정했던 사진의 모자이크들이다. 더 오래전 625 전쟁 때 외국 참전군인이 찍은 사진 속의 사람들은 모습은 더 어렵다. 전쟁의 공포와 굶주림에 의한 참상이 무표정한 얼굴에 가득하다. 반면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막 성형외과에서 나오기라도 한 듯이 예쁘고 반듯하다. 과거 그 어려운 시절에 반반하지 못한 얼굴들로도 강력한 의지와 노력으로 이만큼의 경제적 성장과 문화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면 저런 멋진 모습으로는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예전에 부처님의 아버지이신 정반왕께서 아주 어렵게 아들을 얻고 나서 베다와 관상에 통달한 유명한 아시따 선인을 불러 관상을 보아 운명을 알아보게 했는데, 아시따 선인이 태자를 무릎에 앉히고 오른쪽 빰에 손을 대고 관상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왕이 깜짝 놀라 사연을 묻는다. 그러자 아시따 선인은 “대왕이시여 태자께서는 서른두 가지 상호를 갖추고 계신데, 이러한 상호를 갖는 분이 세속에서 살아간다면 장성한 후에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온 세상을 통치하실 것이고, 출가하여 수행자가 된다면 반드시 깨달음을 얻어 천신과 인간을 널리 제도하는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런데 태자의 상호는 너무나 완벽하기에 출가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 수많은 중생을 제도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이미 120세가 되어 얼마 후에 목숨을 마칠 게 분명하니 태자께서 부처님이 되시는 것도 보지 못하고 가르침도 듣지 못할 것이라 슬퍼서 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의 문화강국이 될지 아니면 세계를 주름잡을 대국이 될지는 수행도 적고 공덕이 부족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또 평균 수명으로 따져도 앞으로 20년도 남지 않은 나이로는 그들의 미래를 함께할 확률도 희박할 것이다. 그런 데다가 알 수 없는 미래를 가지고 거짓 눈물을 흘릴 만큼의 두꺼운 피부도, 과한 감성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오랜 금상학자로서의 감각으로 볼 때 우리의 미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좋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그간의 부정적인 순환에서 벗어나 긍정적 순환을 시작할 때다. 이러한 순환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금방 떨쳐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저력을 믿는 사람들이며, 증거도 아주 많다. 빨리빨리 문화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다섯 글자에 온 나라가 3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가난을 딛고 일어섰고, ‘비더레즈(Be the Reds)’라는 4글자에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우리 모두를 그러한 긍정적 순환으로 몰아넣어 시작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각자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듯이 모든 출발은 마음의 의도가 움직이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글의 초점이 많이 흐려진 듯 보이지만 글의 제목과 같이 인구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의 요청으로 그동안 말로 떠들었던 인구문제, 정확히는 ‘인구소멸문제’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인구문제의 시작은 ‘소멸 문제’가 아니다. 시작은 ‘우리의 마음’에서부터이다. 우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인구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생각보다 밝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순환이 시작된다. 이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커지도록 해야 한다. 희망을 통해서 선순환이 시작되어야 한다. 관상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밝을 것이다. 밝은 내일을 보라!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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