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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14. 2024

이상한 논문

일본에서 최초의 ‘학자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산큐 다쓰오라는 사람이 ‘진기한 논문 13편’을 찾아서 그 내용을 소개한 책이 『이상한 논문, 김정환 옮김, 꼼지락 펴냄』이다.      

‘논문’이나 ‘연구’라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의외의 주제, 연구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을 깨뜨리는 내용을 선별해서 분석하고 해석하여 다양한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학문에서 탐구의 즐거움, 뭔가의 이유나 원인을 알아가는 기쁨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유익한 것인지를 잘 드러낸 책이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논문인 <‘하품’은 왜 전염되는가?>와 <‘커피잔’이 내는 소리의 과학>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네 번째 논문에 대해서 조금 힌트를 주자면 ‘하품’이라는 말이 연상 작용을 일으켜, 우리가 ‘하품’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면서 같이 ‘하품’을 여러 번 해서 서로 이 이론이 맞다고 웃었다. 다섯 번째의 논문은 커피잔에 찻숟가락이 부딪혀 내는 소리에 주목하여 그 소리가 점차로 고음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분석하여 쓴 논문인데 사소한 문제에 주목하여 원인과 과거의 연구이력을 파헤친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또 열세 번째 논문 <‘탕파*’에 관한 진기한 이야기>에서는 일본의 한 덕후**교수를 통해서 탕파의 종류와 역사는 물론 덕후 교수의 열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2016년도에 발간되었으나 최근의 감각으로도 볼만 한 내용이다. 시간이 조금 나는 분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좋겠다.     

곁들여 소개할 내용은 오래 전의 추억이다. 기업에 근무할 때 일본 고객들이 와서 식사 대접을 한 적이 있었다. 유명한 한우구이 집이었는데 고기를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 ‘시래기 된장국’을 시켰다. 고기를 굽던 숯에 된장찌개를 올려놓고 끓어서 막 먹으려는데 주인이 와서 가위로 된장국 속에 있는 시래기를 잘라서 작은 그릇에 담아 내주었다.      

그런데 같이 먹던 일본인 중에 젊은 사람***이 왜 음식을 미리 잘라서 요리하지 않고, 나중에 (손님이 보는 데서) 자르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내가 서툰 일본어로 설명을 거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음식 재료의 고유한 맛이 그대로 유지되었을 때의 맛을 먹고 싶어 하기 때문에, 김치를 담그더라도 미리 자르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포기 상태로 양념을 묻혀 숙성시키고, 먹을 때도 먹기 직전까지 그 상태로 유지했다가 먹기 직전에 잘라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배추가 단절되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 점에서 이 식당은 고객에게 최고의 맛을 제공하여 유명해진 식당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시래기 된장찌개도 다 끓여서 먹기 직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먹는 것보다 미리 잘라서 요리했다면 이렇게 감칠맛 나는 찌개를 맛보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실제로 어느 지방에서는 김치도 칼로 잘라먹는 것보다는 결대로 찢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그렇게 찢어서 내오는 식당도 있다고 하니 그분들이 찌개를 먹으며 맛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그날 상담이 잘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한식을 먹으면서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냉면집에서 면을 삶아서 내오면 가위로 잘라서 먹는 것이다. 냉면은 자연 그대로가 아닌 가공된 식품인데, 매번 잘라먹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분이 삼겹살의 두께가 얼마일 때 가장 맛있는지 실험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냉면은 길이를 얼마로 했을 때 가장 맛있고 먹기 좋은지 아무도 실험을 안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내가 못 찾은 건지도 모르겠다)


가능하면 누가 냉면의 길이와 비빔(섞임)이 쉽게 잘 되는 특성, 먹을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용이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실험을 해서 최적치를 설정해서 보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눈썰미가 좋고 글 잘 쓰는 분이 그런 논문을 찾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책으로도 펴내서, 많은 사람이 그런 지적유희를 즐기고 또 냉면을 먹을 때 맛있고 쉽게 먹으면서 그런 주제를 회자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살펴봄으로써 사물을 이해하고, 그런 표현을 통해 다양성을 높이고 그런 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행복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다양한 시각을 쓸데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기 이전에 ‘그렇구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주절주절 길어졌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무탈하시길 바란다.      

* 탕파는 추운 겨울에 난방시설이 없었을 때 뜨거운 물을 넣어 이불속에서 끌어안고 잘 때 사용했던 도자기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을 의미한다.

** 덕후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줄여 표현한 말로 마니아, 또는 울트라마니아의 뜻으로 최근 말로는 ‘광팬’이라고 할 수 있다.

*** 일본의 나이 많은 분은 체면을 중시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커서 상대에게 실례가 될 만한 것은 웬만해서는 직접 물어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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