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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ug 31. 2024

곡성 관음사이야기(4)

- 다섯 번째 이야기, 개울을 건너는 공덕

지금도 그렇지만 사찰은 산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계곡을 따라서 산을 올라가다가 보면 자연 개울을 지나서 간다. 지금이야 잘 닦인 길과 튼튼한 다리가 많아 개울을 건너는 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개울을 건너 다닌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개울을 건너 절에 갈 때 월천공덕(越川功德)을 이야기했다. 개울을 건너는 공덕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월천 공덕은 개울에 다리를 놔서 사람들이 개울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쉽게 물을 건너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돌다리든 나무다리든 다리를 놓는 것은 큰 공덕이 되었다.     



그런데 그 다리가 좋은 경치를 갖는 곳에 있다면 다리에서 쉬면서 더위도 식히고 경치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만든 것이 다리 위에 만들어진 집(각)이다. 주로 남쪽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예가 관음사의 금낭각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인근의 곡성 태안사에 능파각이 있고, 순천 송광사에 우화각이 있다. 다만 금낭각과 능파각은 나무다리에 나무로 지어진 전각이고, 우화각은 돌로 만든 다리 위에 나무로 지어진 전각이다.     




관음사 입구의 금랑각(錦浪閣)은 옥과천의 상류를 건너는 다리 역할을 하는 누각이다. ‘비단 같은 물결이 넘실거리는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전각’이라는 뜻의 금랑각은 관음사 대부분 건물이 625 전쟁 중에 무장공비 소탕 작전의 일환으로 국군에 의해 전소되는 바람에 입구에 떨어져 있던 이 건물이 관음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 되고 말았다.      




불교에서는 다리를 건너 개울을 지나가는 것을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것에 비유하여 피안교(彼岸橋)라 부르기도 한다. 피안이란 온갖 번뇌에 휩싸여 생사 윤회하는 고해(苦海)인 이쪽 언덕(차안, 此岸)과 대비되는 말로 깨달음의 세계, 고통이 없는 세계를 뜻한다. 그곳은 아무런 고통과 근심이 없는 이상적인 세계이다. 그래서 이 다리를 건너 저 언덕에 가면 불보살의 가피를 통해 고통이 줄어들기(없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피안교라고 불렀던 것이다. 물론 피안교를 지나면서 세속의 마음을 청정하게 씻어버리고 진리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금랑각 건물은 정면 1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커다란 통나무 2개를 양쪽으로 걸치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고 기둥을 세웠다. 금랑각의 정면 안쪽에는 "聖德山觀音寺(성덕산관음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편액의 관지(款誌)를 보면, 崇禎紀元後庚申六月日書(숭정기원후경신6월일서)라고 적혀 있다. 곡성 관음사 기록 유산을 정리한 기록의 청류각기(淸流閣記)에 의하면, 관음사 동문 입구(寺之洞門之口)에 청류각이라는 건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에 대한 기록이 월성자 비은(1710~1778)이 지은 그의 문집인월성집에도 실려 있는데, 기미년(1739년, 영조 15) 봄에 관음사의 승려 초옥(楚玉)이 동구에 각을 짓고 청류라 이름했다는 건립 시기와 명칭, 건립자가 기록되어 있다. 관음사 사적기에는 1718년(숙종 44, 강희 무술)에 관음사 원통전을 중수했다는 기록(至崇禎丙子春 山之釋三学 重修圓通殿 越康熙戊戌 椘 玉又重輯之)에서 초옥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현재의 관음사 금랑각이 청류각과의 같은 건물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금랑각 건립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건물에 걸린 사액(聖德山 觀音寺)은 1680년(숙종 5, 崇禎紀元後庚申), 금랑각 편액 글씨는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 1871~1936)가 쓴 것으로 보아 상당히 오래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관음사를 지나 대은암을 가면 옥과천의 발원지 대은샘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은 가보지 못하고 내려왔다. 사찰 입구의 심청 문화센터도 문이 잠겨 역시 다음을 기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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