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나의 냉장고에 엄마가 보내준 음식이 하나도 없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오던 길에, 할머니 한 분이 길가에 노점을 차려놓은 게 눈에 들어왔어.
노점이 있기엔 너무나 아파트단지의 훤한 길가였는데, 다행히 찾아 앉으신 곳은 나무 아래 두어 뺨쯤 되는 그늘이었어.
한눈에 봐도 밭에서 직접 따오신 것들이었지.
도매로 한 두 상자 사 와서 노점을 펼쳐 소매로 파는 게 아니라, 당신이 기른 농작물을 따와서 조금씩 파는 노점이었어.
나는 왜 스쳐 지나지 못하고, 굳이 내가 지나갈 길도 아닌데, 그 앞으로 갔는지….
할머니가 팔던 것은 호박잎, 둥근 호박 같은 거였어.
...길에서 울뻔했지 뭐야.
우리 엄마 밭에 있던 딱 그것들이 거기 있어서.
우리 엄마가 따서 보내주던 딱 그것들이 거기 있더라고.
사 와서 맛있게 먹었어.
엄마가 해주던 대로….
호박잎에 갓 지은 쌀밥이랑 된장찌개를 살짝 얹어 싸 먹고,
둥근 호박은 반의반으로 썰어 호박전을 해 먹었지.
엄마는 호박전을 자주 부쳐줬어.
찬거리가 없을 때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바로 호박전이어서 그런지 호박전은 우리 집 단골 음식이었지.
자작한 기름에 부쳐진 달달한 호박과 고소한 밀가루 옷이 맛이 없을 리가 없으니, 나는 늘 맛있게 먹었어.
거기에 파송송 깨송송 넣은 맛간장에 찍어 먹으면... 그래, 요즘 말로 단짠단짠 최고의 궁합이었지.
우리 집 냉장고엔 늘 둥근 호박 하나는 있었거든.
엄마가 밭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 따왔으니까.
사실 나는 중학교 가사 시간에 애호박전 부치기 실습을 하기 전엔 애호박이 뭔지 몰랐어.
내가 자라며 본 호박은, 그러니까 전을 부쳐 먹거나, 된장찌개에 넣는 호박은 ‘조선 호박’이라고 불리는 ‘둥근 호박’이었거든.
애호박전 부치기 실습하던 게 또렷하게 기억나.
0.5cm 두께로 잘라, 소금을 뿌려 수분을 빼는 동시에 밑간이 베게 하고, 빠져나온 수분을 닦아 낸 뒤,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묻혀,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노릇할 때까지 부쳐내기! 아, 애호박 위에 홍고추를 어슷하게 썰어 장식으로 얹어 부쳤던가….
엄마가 부치던 호박전과 달라서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일지도 몰라.
엄마는 투박했어.
둥근 호박을 반을 가르고, 그 반을 엎어서 대충 얇게 썰어, 밀가루 물에 쑥 담근 뒤 바로 프라이팬으로 가지고 갔거든.
소금으로 수분을 빼거나, 밑간을 하거나, 그런 건 없었어.
밀가루나 달걀을 따로 묻히는 과정도 당연히 없었지.
하지만 놀라운 것은, 엄마의 호박전이 훨씬, 훨씬 맛있다는 거였어.
그게 바로 손맛이겠지?
더는 그 손맛을 보지 못하는 지금 나는, ......그리워.
투박했어도 우릴 위해 차려주던 엄마의 음식이.
보기만 해도 엄마가 떠오르는 엄마의 음식이.
솔직히 나는 <엄마의 음식>을 생각하기 전에, 엄마가 일하느라 바빠서 우릴 대충 먹여 키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거든.
그런데, 틀렸더라고 그 생각은.
엄마는 언제나 잘 먹이기 위해 애를 썼더라고.
남편을 대신해 가장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던 와중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더라고.
엄마….
이제 더는 나의 냉장고에 엄마가 보내준 음식이 하나도 없어.
냉동실 냉장실에 엄마가 보내준 국이며, 채소며, 과일이 가득했었는데….
이젠 전혀 없어.
그만큼 시간이 흐른 건데 나는 여전히 나의 냉장고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곤 해.
그리고는 이내 목이 메지.
이런 게 이별인가 싶어.
마음은 여전한데 그 어떤 존재를 전혀 찾을 수가 없어.
엄마….
그래도 엄마가 해준 음식들,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들, 엄마가 보내준 음식들을 내가 기억해.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어.
늘 엄마를 생각할 거야.
물론 이런 다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들에서 나는 엄마를 떠올려.
그러니, 내 마음에 엄마는 여전히 살아. 존재해.
고마워
사랑해
이말만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