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단상] 사업하기 좋은 때라는 것은 존재하는 걸까?
불가항력에 대항하다 장렬히 전사하고 싶진 않지만 모든 걸 피할 순 없다.
단 한 번도 9년 사업을 하면서 최고의 시기는 없었다.
항상 경기는 끝없이 추락하고 물가와 최저임금만 오르고 내가 하지 않는 투자와 생각지도 못한 비트코인 같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벌어주고 있다.
2011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신문사가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흔히 말하는 종편채널이 개국하게 되었다. 그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 그리고 학교에서는 우리가 졸업하면 갈 수 있는 양질의 직장이 늘어난 것처럼 여겨졌고 영상(방송) 일을 전공한 것이 유망하다고 까지 생각했다.
현실은 어떨까? 약 13년이 지난 지금.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곡선으로 그리자면 약간의 상승 곡선으로 왔다가 다시 점차 내려가더니 내려간 상태에서 유지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잠시 방송국들의 개국으로 일자리도 늘어났고 장기근속한 개국 공신들은 운 좋게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실적 부진으로 아나운서도 공채로 선발하지 않는 종편과 쏟아지는 인원에 레드오션이 되었다가. 대 유튜브와 OTT 시대의 시작으로 현재는 정말 영상을 잘 만드는 PD/작가들을 방송국에서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고. 방송국은 뉴미디어에 밀려 죽어가는 레거시 미디어의 꼴이 되고야 말았다.
누가 13년 전에 영상 콘텐츠 환경이 이렇게 바뀔 줄 알았겠는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대학 졸업 후 동기 누구보다도 빠르게 금융 기관에 입사해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될 줄 알았지만.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IMF에 맞부딪혀 힘든 시기를 보내셨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업을 9년 하면서. 사람에 상처받은 3년, 코로나로 고통받은 3년, 사이사이와 요 최근을 합쳐서 9년 차라고 생각하면. 내가 실제로 제대로 사업을 운영한 건 채 2년이나 될까 싶다.
왜 내가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시기에 코로나가 왔을까. 왜 경기 침체가 왔을까. 왜 그 잘 나가던 반도체가 갑자기 잘 안될까.
사실 이 모든 걸 원망한다면. 나는 테이프로 편집하던 시절에 태어나 PD를 했어야 할 것이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을 극복하는 건 그거야 말로 불가항력이 아닌 듯싶다.
다만,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우리는 항상 그 파도 속에서 극복하거나 버텨내거나 죽는 선택 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격언이 있지만. 다른 트랙에서 결정되는 불가항력적인 선택 또한 벗어날 수 없는 속박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것을 받아들이 내는 것만이 때를 탓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벌써 24년 1월의 보름이 지나갔다. 사업이 잘 안 풀린다고 생각될 때는 차라리 시간이 멈춰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결국에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시간은 흘러야 하고.
어쩌면 또 사업하기 좋은 날(때)이 오지 않을까라는 한 줄기 희망을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