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이 돈을 모은 것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by 평감자

돈은 물론 쓰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일까 싶었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보다 전보다는 선명한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다.

사회생활 2년 차,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4천을 모으게 되었다. 처음 천만 원을 모으게 된 이후로 괜스레 잔액을 보며 웃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천만 원을 모았을 때는 사실 기쁨보다도, 돈이 모인다는 신기함과 약간의 뿌듯함 뒤로 사실 막연함이 가져오는 실망감이 보다 컷 던 것 같다. 모으기는 힘든 이 천만 원이 현실에 무수한 잣대를 받을 때,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이 힘들고 오히려 일에 평생을 의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돈을 모으는 것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오히려 힘듦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돈으로 자유를 산다고 했던가, 그런 말을 대입하기에는 여전히 적은 금액이지만 모인 4천은 보다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다.


첫째로 미래가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몇 억의 돈에 비해서 우스워 보일 금액이지만, 이 돈을 모은 과거가 보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시점에서 이렇게 모아서 몇 번을 더 하면 얼마가 되겠구나를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막연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가 무섭지, 보다 보여지고 예상되는 힘듦이 예상된 미래는 그다지 암울하지 않은 것 같다.


둘째로 오히려 돈을 모으는 것에 힘을 준다. 보통 이 정도 금액을 저축함을 말하게 되면 주변 회사 선배들은 차를 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은 이 돈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 돈을 홀라당 소비재에 쓸 엄두는 더욱 안나며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것 같다. 또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는 것 같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돈을 모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으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매 월급날마다 일정 금액을 저축함에 정말 큰 기쁨을 느낀다. 저축이 아니라 정말 미래의 내 무언가를 사는 기분이 들어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하게 된다.


셋째로 투자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작지만 소중한 돈을 투자로 조금씩 불려 나갈 때의 그 귀여운 투자 수익금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 배당금으로 들어온 7,400 원에 그 당시에는 스스로 코웃음이 났다. 이 돈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복리의 마법에 대해 스스로 주문을 걸며, 또 어떻게 보면 무식하게 없는 돈 치며 재투자를 통해 불어나는 돈이 지금 시점에 보면 대견하기만 하다. 2년 차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스스로 감사하기까지 하다. 큰 수익률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주변 사람들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함에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 같으나, 지금 벌써 돈과 같이 돈을 번다는 느낌에 이로 말할 수 없는 든든함을 느낀다.


1억을 모아야지 투자를 시작한다거나, 1억을 모음으로써 얻는 마음가지들에 대해서 많이 보고 들은 것 같다. 그러나 1억, 정말 쉽지 않다.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며, 처음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거대한 벽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억지로라도 중간에 이렇게 모은 돈에 대한 감상을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4천을 넘어 빨리 5천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 5천을 넘어 7천, 보다 선명해졌을 1억.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면 천 단위에 이런 감상들을 내놓는 것이 웃길지도 모르지만, 사회 초년생 지금의 그 천 단위는 먹고 싶은 것 참고, 보고 싶은 친구들 미뤄가고, 이성 앞에서 작아지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녹아든 돈인 것 같아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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