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큰 강이 있어도 식수가 없는 이유
잠비아 시골 마을에서 선물로 받은 생닭은 가져갈 수 없다며 훈훈한 마음만 받은 뒤, 다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한참을 들판을 달리며 007빵과 마피아게임으로 무료함을 달랜 끝에, 이번에는 리빙스턴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리빙스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 말로는 모시 오아 툰야 폭포가 있는 도시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관광을 하기 위해 간 것 같았다.
이곳에는 관광을 즐기는 한 편, 반전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이 많아도, 마실 물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리빙스턴은 루사카 보다는 좀 더 밝고 활기 있는 도시처럼 보였다.
다운타운에는 헝그리 라이언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패스트푸드점이 있었고, 거리나 숙소의 상태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갑작스러운 정전도 없었다. 이곳 숙소에 도착했을 때에도 자발적으로 와서 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루사카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보다는 훨씬 마음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국제공항도 있는 도시인만큼 관광객이 들어와 경제가 돌고 일자리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리빙스턴에는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국립공원도 있었다. '오와, 드디어 사자, 코뿔소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갔는데...!
우리가 사자를 보는 일은 없었다.
출발과 동시에 차가 진흙에 빠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나가던 군인(?!)들의 도움으로 버스를 어찌어찌 건져 냈으나
이 때는 이미 돌아갈 시간이 되어 '아, 여기서도 (물) 소만 보고 가는 건가...' 싶었는데,
공원을 막 빠져나와 도로에 진입할 때였다. 뒤에서 웬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가 탄 차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프리카다운(?) 동물을 봤어! 마냥 신난 우리는 "와 코끼리다 대박!"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었지만, 운전사 아저씨는 놀라서 액셀을 마구 밟기 시작했다.
"지금 저 코끼리한테 걸리면 우리 다 죽어요~!"
다시 보니 코끼리는 화가 난 듯 주위의 나무를 뿌셔뿌셔하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코끼리가 이렇게 빠른 동물이었나...?
"히익! 아저씨 빨리 밟아요~!"
다행히 한참을 달리자 코끼리는 쫓아오기를 멈췄고, 도로는 다시 평화로워졌다.
참고로 수컷 아프리카 코끼리는 아시아 코끼리에 비해 훨씬 크고 사납다고 하니 혹시라도 마주치면(!) 무조건 도망가시길.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배를 타고 잠베지강을 둘러보는 거였다.
빅토리아 폭포는 아프리카에서 4번 째로 긴 강인 잠베지 강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근처에는 다양한 야생동물도 살고 있었다. 폭이 긴 강에는 이따금 하마와 같은 동물들이 숨을 쉬러 올라오고, 수풀이 아름답게 우거진 강 주변에는 그림 같은 리조트가 늘어서 있었다. 이곳만 보고 있자면 지상낙원에 온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잠베지 강을 보며 시골에서 본, 지하수 시추 현장이 생각났다. 내가 엽서와 텀블러를 팔아 모금한 돈과도 관련된 식수펌프 만들기와도 관련된,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든 시골에서 힘들게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광경을 마침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물이 터져 나오는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하던 모습이 뭉클할 정도였다.
그런데, 물이 없는것은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거대한 잠베지 강을 보고 의문이 생겨 NGO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여기 이렇게 물이 많은데 왜 시골에서는 물이 없어 고생을 하나요? 이렇게 큰 강이 있으면 다들 충분히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그건 상수도 시설이 없어서예요. 상수도 시설을 지으라고 국제사회에서 원조가 들어오긴 하는데, 중간에서 가로채거든요. 윗사람들은 그 돈으로 자기 집에만 수도를 놓고 수영장까지 만들어요. 바로 그 옆에서는 아이들이 흙탕물을 마시고요.”
이를 듣고 뭐라 해야 할지 심경이 복잡해졌다. 여행으로 와서 빅토리아 폭포 주변만 보고 갔다면 '와 아름답다' 하고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아프리카의 식수 부족과 관련된 모금을 해서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는데, 이런 내막을 알게 되니 아름다운 풍경을 마냥 즐기기는 어려운 불편한 심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