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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Jan 17. 2020

우리 모두 처음이라.
운영과 실무의 동상이몽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해서 같은 점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 이 글은 실무자 98%, 운영자 2%의 관점에서 쓰인 글입니다. 어느 쪽도 비하할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글쓴이가 보통의 실무자인 상황이라 운영진의 마음을 대변하지 못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이는 의도한 것이 아니며, 모든 운영진 분들을 응원합니다.

* 이 글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작성한 글입니다. 모든 회사에서 통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늘 바쁘게 돌아간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돈 벌어서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회사도 성장해야 하고 회사를 세운 대표님이나 이사진들의 바람도 성취를 해야 하니 참 많은 사연이 얽힌 곳이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프로젝트는 기한이 있고, 80% 이상의 확률로 그 기한이 실무자들에겐 적절하지 않으며-또는 매우 불가능에 가깝거나-운영진들은 그 기한 안에 만들어진 '무언가'를 들고 미팅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매우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흔한 이 상황에서 '이걸 완성해서 들고 가야만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어!'와 '그 시간 안에 바라는걸 다 개발하기에는 워킹타임이 너무 모자라요'가 쌍벽을 이룬다. 그 외에 부가적으로 각 팀 간의 시간 조율과 팀 내 스케줄 등이 큰 벽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채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바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어쨌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정해져 있고, 기한 있고, 그럼 열심히 모두 합심을 해서 정해진 것을 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어내면 일단 미션 성공인 것이니 말이다. (물론 운영진 입장에선 이제부터 시작이나 나는 보통의 회사원이니 이 부분에 대해 다루지는 않겠다.)


좀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더욱 난감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와 기한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그 두 개를 잘 섞은 목표와 기한 모두 명확하지 않은 경우다. 세 가지 경우에 대해 자세히 써보겠지만, 이건 모두 내 짧은 경험과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니 적절히 참고용으로만 쓰시길 바란다.




1. 목표가 없는 경우-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일단 큰 카테고리는 있다. 운영진들은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다음 달까지 만들어야 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분들은 회사를 이끄는 역할이고 머릿속에 그들이 바라는 자동차가 완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말을 전달들은 실무자들은 굉장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 크기는? 몇 인승이지? 연료는 무 얼쓰지?... ' 자동차를 이루는 수많은 부품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들을 합쳤을 때 어떤 모양이고 잘 굴러갈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팀은 그 모습에서 어떻게 하면 운전자가 편하게 잘 운전할 수 있을지, 자동차의 외관이 매끄럽고 조화로울지 고려하며 만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라면 시작하는 시점에서 멀지 않게 회의를 잡기를 권한다. 초반에 길을 잘 잡으면 훨씬 더 빠르게 나쁜 상황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회의의 주제는 분명하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만들까?'이다. 실무자는 자세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그 대안까지 준비해 회의에 들어가면 더욱 좋다. 회의에 들어가서 목표를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 서로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을 명확히 하고 만들기 위해서다.


실무자에게 자료 준비를 권하는 이유는 운영 측에서 바라는 요구사항을 '시간'안에 모두 맞추기가 힘들 경우 대안을 제시하며 조율하기 위해서다. 제작에 5일이 걸리는 A 부품을 쓰고 싶어 하는 운영진에게 '대표님, 기한이 이런 경우에 A 부품 조달에 5일이나 걸리면 전체 기한 맞추기가 힘들어져서요. 대신 2일 정도 걸리는 B 부품은 어떠세요?'라고 말하고 추후 개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자동차를 동작하게 하는 기능적 측면에서도 외형만 만들 것인지, 바퀴 굴러갈 정도인지, 엔진 넣고 기어 조정까지 되게 할지, 미팅이 있다면 보여줘야 하니 우선적으로 만들 것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운영자분들이 미처 놓쳤으나 꼭 넣었어야 하는 기능이나 기능들의 우선순위가 정리되기도 한다.


이 경우 결과는 우연히, 또는 회의를 통해 같은 점(point)을 보아서 생각보다 원활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해피엔딩과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아 화나는 운영진과 성심성의껏 노력한 게 물거품이 되어 사기가 저하되는 실무자가 나오는 새드엔딩이 있다.



2. 기한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그래서 언제까지라고?

중요한 일에서 이런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기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그 일이 급하지 않거나 우선순위에 놓인 일이 아니란 뜻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연하고 즐거운 상황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대표님이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었다. 그럼 실무자는 본인 시간이 낭낭할 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구상하고 작업하면 된다. 디자인팀의 경우 아이디어로 제안된 것들을 디자인팀 페이지에 정리해두고 '사이드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메인 프로젝트를 하며 머리를 조금 식히거나, 개발 이슈 대기 중일 때 하면 유용하다.


반면 중요한 일인데 기한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엔 운영진과 이야기해서 명확히 기한을 설정하거나, 혹시 기한이 있는데 전달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아닌지는 확인해본다. 운영진까지 가기 어렵다면 팀장들이나 프로젝트 인원끼리라도 모여서 기한을 정하고 리뷰하고 다시 디벨롭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프로젝트가 루즈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갑작스러운 마감이 잡히더라도 보험을 든 격이라 충격이 덜하다. 중간중간 운영 측에 짧은 보고라도 해주면 금상첨화. 해당 일에 대해 언젠가 급하게 똑 떨어질 기한을 예비할 수 있으니 실무자에게도 좋다.


즐겁게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해피엔딩과 어느 날 갑자기 기한이 생겨서 갑작스럽고 급하게 일해야 하는 새드엔딩이 있겠다.



3. 목표도 기한도 없는 혼돈 그 자체의 경우

매우 혼란스럽지만 아주 빈번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 경우 회의를 통해 목표와 기한을 잡아놓았더라도 외부 상황이나 관련 상황이 바뀌면서 목표와 기한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개인적으로 '멘탈을 잡는다.'인 것 같다.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을 겪었다면 일단 잠시 그 감정을 내버려 두고 진정해야 한다. 찬 바람을 쐬거나 커피 한잔을 하면서 감정이 내려앉기를 조금 기다린다.


그다음으로는 냉철한 이성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멋진 이성적 인간이다를 반복하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해결책을 모색한다. 목표와 기한이 없으니 둘 다 설정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먼저 정해지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그 후엔 1번과 2번을 반복하며 구체화하고 일을 해야 한다. 어쨌든 회사에 귀속된 이상 회사의 일을 하는 것이 의무이고, 회사는 프로젝트를 통해 돈을 벌어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니 말이다.


목표와 기한이 잘 설정되는 마법 같은 해피엔딩과 그 어느 것도 설정되지 않아 나온 결과물에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최악의 새드엔딩이 있다.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들은 말 중 굉장히 의외였던 말이 '~직급은 처음이라'라는 말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나는 그 자리에 가면 누구든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처음일 때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그 역할의 책임과 의무가 당사자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전 글에서 말한 것처럼 각자의 권한과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체계가 잡힌 회사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더욱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시키려고 애썼다. 왜냐면 대표님도 대표가 처음이고, 이사님도 이사가 처음일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물론 약간의 분노는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왜 저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됐고 나는 내 위치에서 다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일하며 가장 많이 느낀 것은 회의가 필요한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막 쓸데없는 회의는 시간이 정말 아까운 순간들이지만 회의는 운영자와 실무자가 직접 마주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견해를 좁히는 중요한 시간이었고 나는 여전히 회의를 더욱 많이 해서 초반에 견해를 좁히거나 공유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아쉽다.


여러 경우로 나누어 생각을 써두었지만 어떤 경우든 초반에, 또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방향과 지향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자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치 볼링 레일을 같다. 처음 선 자리에서 아주 미세한 각도의 방향으로 공을 굴려도, 공이 데굴데굴 굴러가 레일 끝 핀에 다다를 즈음에는 그 각도가 더욱 크게 차이 나게 된다. 


일 역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더라도 그 끝에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왼쪽 맨 끝일 수도, 오른쪽 맨 끝일 수도, 정가운데일 수도 있다. 초반에 그 각도를 줄이는 일이 운영진과 실무자 모두 원하는 결과와 성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행복하고 최고의 만족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모두가 조금 덜 고생하고 효율적으로 일했으면 한다. 우리 모두 운영진이고 실무자이기 전에 성취를 즐거워하고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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