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던 친구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친구와 꽤 긴 시간 함께 사이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나름의 행운이었다. 좀 더 치열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자꾸 멍 때리게 되는 시간들을 흘려보내면서, 같은 처지(?)라는 데서 오는 실체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최근 둘 다 재취업 모드로 본격적인 전환이 되면서 더 많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래 봐야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 보는 걸 공유하고, 면접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전화를 걸어 푸념을 나누는 정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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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취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침 친구와 함께 있었다. 전화를 받은 친구 입에서 흘러나오는 몇 마디 말만 들어도 무슨 내용의 전화인지 알 수 있었다. 마주 앉은 나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전화를 끊은 친구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조금 얼떨떨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본다는 건 정말로 다시 일을 하게 된다는 거구나. 당연한 얘긴데 나는 계속 얼떨떨했다. 내가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닫고야 만다. 이력서를 넣는 행위가 정말 취업이랑 연결된다는 걸 친구를 통해 먼저 경험하니 실감이 났다. 얼레벌레, 근 두 달 동안 넣기 시작한 이력서가 거의 70 군데나 되는 걸 알고 놀랐다. 그리고 (고작) 세 번의 면접을 볼 때까지 합격 전화가 온 곳은 없었다. 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기다려야겠지. 분명 취업을 하려는 사람의 준비 과정을 고스란히 보내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왜 이렇게 취업이 남의 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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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취업으로 인해, 나에게도 새삼 '취업 임박'이라는 글자들이 다가왔다.
근심, 걱정도 파도 같은 것이라서 한 번 밀려 나가고 나니 잠시 또 평화가 찾아왔다. 딱히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바닥을 치던 조급함의 문제도 흐지부지 해결이 되고 보니 '돈 문제만 아니라면' 마음에 딱 맞는 곳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취업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날이 잦아졌다. 돈 문제는 퇴직금을 찾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돈 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마음에 딱 맞는 곳'이라는 신기루 같은 조건이었다. 이게 너무 어려운 조건이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건,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깜냥이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 아닌 포기를 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 수 없어졌다. 다양한 곳에 이력서를 면접을 보면서 점점 구체화되는 건 되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 쪽이었다. 결국 같은 얘길까. 처음 면접 때를 생각해보니 그때보다는 조금 선명해지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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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면접을 보고 나서는, '아버지 뭐 하시노', '여자가 너무 기가 센 건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 상사를 둔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면접을 보고 나서는 '연락이 안 온다고 너무 아무 곳에 나 이력서를 넣지는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아무나 와서 아무렇게나 면접을 본 곳이었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이었다. 뭐는 안 그렇겠는가마는. 세 번째 면접을 보고 나서는 '내가 못하는 일을, 굳이 열심히 해보겠다고 욕심내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영어로 된 해외 몰의 뷰티 상품 MD라니, 다시 생각해보면 내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일인지 웃음이 났다. 영어에 뷰티에. 나랑 너무 멀리 있는 것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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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생각하는 한편, '죽도 밥도 안될 일을 하느니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하다가, 이걸 내가 선택할 수 있는게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결국 고민도 시시해져버렸다.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 이 시간을 보내며 명확한 건 딱 하나다. 어쨌든 취업 임박, 이렇게 뭔가를 해 나가다 보면 조금씩 취업에 가까이 닿을거라는 것. 그렇다는 건 지금 이 변화의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는 것. 다행히도 기록하는 삶으로의 열심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