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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니 Mar 01. 2020

역시 웃으며 일하는 게 최고야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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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클라우드 펀딩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오픈 5분 만에 목표액의 100%를 달성했다. 너무 뿌듯해서 몇 번이나 페이지 새로 고침을 했다. 100% 달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픈 후 9시간, 목표액의 780% 달성, 대성공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 만큼 수고했다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물론 내가 먼저 말할 줄도 알고 싶고. 


그동안 맡았던 중 가장 큰 업무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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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 


이기적인 마음들이 얽히고설키는 회사 같은 곳에서 나는 자주 어설프게 착해지는 편을 택하곤 했다. 이해할 수 있잖아 나는. 나라면.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해했다고 아무렇지 않아 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데. 감정이 잦아들고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정리되고 나면 결론은, 언제나 뻔한 말이다.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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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펀딩 관련한 CS를 맡아서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콘텐츠 만드는 일 외에 시키는 건 뭐든 했는데 이제 CS도 좀 맡아 달란다. '그래 내가 뭐 못할게 뭐야.' 심지어 고객 상대하는 일은 약간 자신도 있다.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뜻 응하기에는 뒷맛이 좀 씁쓸하다.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 왔나.'의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조금 우울해진다. 아직 내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자꾸 새로운 업무들만 찔끔찔끔 맛보고 있는 기분이라. 회사에서 생각하는 내 업무가 뭔지를 잘 모르겠다. 내 눈에 온갖 잡다한 일을 맡아하고 있는 E, 그녀의 눈에는 내가 그리 보일 수도 있다. 


그래. 시키면 해야지. 작은 회사에서는 내 업무 니 업무 없이 급한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도. 그래도... 맡겠다고 해놓고 꿍시렁대고 있다. 


_


내가 달아 놓은 고객의 댓글에 대댓글이 달렸다. 


"아니 말을 어쩜 정말 예쁘게 귀엽게 사랑스럽게 하시는지 기분이 좋아요! 댓글 학원 다니시나요 ㅎㅎ"


쇼핑몰에서 댓글 달던 실력으로 가뿐히 댓글 좀 달았더니 고객님께 칭찬받았다.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좀 좋아지긴 한다. 어휴. 사람들이 이래서 경력자 경력자 하는갑다.


그냥 예쁜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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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이사를 했다. 같은 건물에서 한 층 아래로. 책상같이 큰 짐 옮기는 것만 사람을 쓰고 나머지는 죄다 직원들이 옮겼다. 하필이면 직원 몇 명이 출장을 가 있는 날 이사가 잡히는 바람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배는 힘들었다(100명에서 3명 빠진 거랑 10명에서 3명 빠진 건 천지 차이다). 힘들어서 예민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내내 웃으면서 일했다. 


동료 G는 회사 창립멤버라서, 대표님이 안 계실 때는 대표 대행인데 사람이 참 해맑다. 벌써 패딩을 꺼내 입으면서도 맨발로 조리를 신는 기이한 패션과 계절감을 지닌 사람이기도 하다. 입만 열어도 웃겨서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다만 리더십은 1도 없다. 일할 때는 딱히 부딪힐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같이 이사를 해보니 그의 해맑음이 참... 귀하다. 오늘 같은 날, 대표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면 이사가 몇 시간은 빨리 끝났을 것 같지만 하루 종일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면서도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도, 우리 모두 내내 웃었다. 집에 돌아오며 생각해보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웃으며 일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내일 연차를 냈더니 마음이 넉넉해진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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