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MX팀 회고록
2023년 마지막 출근 날, 잠시 짬을 내어 점심 회식 시간을 가졌다. 점심 시간을 따로 가져가지 않고 중간에 일하며 간단히 먹고, 아낀 시간에 집중하여 일하고 근무 시간을 조금 짧게 가져가려고 하다보니 개인의 삶에 대해서는 대화가 적었던 4분기였다.
늘 그렇듯 올해도 쉽지 않았다. 업무가 지나치게 많았던 적도 있었고, 때로는 결정 앞에 방황했던 적도 있었다. 내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또다시 뚫어내야만 하는 과제들이 우리 앞에 있는 상태이다. 지금 우리의 상태는 우리의 모든 의사결정의 결과이자 우리 업무의 결과인데, 이룬 것보다는 이루어야 하는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하루 정도는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모두 공유하고 있기에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는 있다.)
오랜만에 나누는 담소 끝에 그냥 끝내기에는 못내 아쉬웠는지, 각자의 2023년의 회고를 들어보기로 했다.
팀원들의 이야기는 내가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이곳에 남겨본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3년 넘게)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시장 상황, 때로는 실력 등 이 일을 해나가기 어렵다고 생각되었을 때에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헌신해주었기 때문에 이 일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 리스크의 시간 동안 우리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더욱 당당해졌고, 누구 앞에서도 자신있게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내년의 사자성어로 뽑힌 말 중에 '견리망의'라고 있다. 이익을 보고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참 그러기 쉬운 여러가지 상황과 경제 환경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2023년을 나타내는 말은 '견리사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익 앞에서 늘 의로움을 기억했다. 때로는 바보 같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 '의로움을 생각함'이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 한 해, 뜻밖의 여정으로 가득찼던 한 해였다. 분명 2024년 내년도 뜻밖의 것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내가 어떤 일들을 스스로 발전시키며 해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환경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팀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더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풍성한 한 해였다."
"올해 나는 새로운 도전, 새로운 업무에 많이 직면하곤 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일들을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며 만들어가는 일은 꽤 재미있었고,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 다양한 일들이 나에게 '좋은 시간'이었다."
"올해는 유독 현장과 고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전에 나는 일을 대하며 '직무'적으로 접근하기도 했던 것 같다. '조금 어렵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도전하여 해내야겠다'라는 관점이었다. 또는 허무감을 느끼는 시간들도 때로 존재했다.
그러나 고객들을 만나며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고객들을 위해, 어떤 것을 만들어가야 할까?', '이 고객에게 정말로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 그 마음을 기점으로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우리가 올해 수행했던 수많은 일들,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많은 조각들이 지금은 산발적으로 펼쳐져 있는 것 같아도, 곧 전체가 꿰어지는 그림이 그려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한 해를 돌아보니, 나의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확신을 가지게 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걸어가야 할 정해진 길이 있는 줄 알았다. 이를 테면 '한 영역의 디자인 자체의 거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리해보니, 정말 나답게 일한다는 것은 '기획'과 '전략'으로 사고한 것을 바탕으로 이를 비주얼로, 디자인으로 연결하여 풀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는 커리어 탐색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느낀다.
올해 '진로적 발견'을 꽤나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바래왔던 것이기도 하다. MX와 함께했기에 할 수 있었던 고민이었고, 우리 팀이기에 행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이 시간이 내게는 마치 집을 산 것과 같은 안정감을 준다.
앞으로 당연히 어려움은 있겠고, 심지어 지금은 이전에 경험한 것보다 객관적으로는 더 큰 환경적 어려움이 있지만, MX를 통해 얻는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으로 인해 체감되는 어려움의 정도는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올 한 해, 잘 마무리 하는 것 같다."
"올해 처음 팀에 합류해서 일하는 것을 바라보며, '제대로 업무를 하려면 이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회사라는 체계 안에서 따뜻한 피드백을 받으며 나 자신을 찾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행간의 모든 이야기를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치열하고 감사했던 2023을 기념하며, 언젠가 그리워할지 모를 대화의 몇가지 장면을 이곳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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