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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Aug 19. 2024

6. 예쁜 여자보다 부드럽게 말하는 여자가 더 좋다고?

철부지 부부 성장기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참 바보처럼 살아왔다. 조금만 남편을 이해했어도 그렇게 싸우지는 않았고 젊음을 낭비하지도 않았을 텐데. 나의 말에는 항상 가시가 숨어있었다. 남편이 반찬이 없다고 투정하면 밥이 위속으로 들어가면 모두가 똑같다고 하였다. 아니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여보, 당신은 살기 위해 먹어? 아니면 먹기 위해 살아?” 

 “그래, 나는 먹기 위해 산다. 어쩔래?”

 “당신은 고민하는 소크라테스보다 살찐 돼지를 선택했구나.” 

 나는 남편 심기를 건드려놓고 후폭풍은 예상치 못했다. 말로만 이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뒤끝이 있어 더 반찬투정을 하였고, 나는 시동생들과 자녀를 돌볼라 반찬을 더할라 사는 것이 더욱 곤고해졌다. 


 동화책에 나오는 옷을 벗게 하려면 찬바람보다 따뜻한 햇살이 더 좋다,라는 말을 너무 늦게 실행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남편연구에 식탐과 부드럽게 말하기를 첨부하였다. 사실 나도 잘 먹고 나면 기분도 좋아 삶과 일이 더 즐거워진다. 언니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요리 만드는 법을 물어보았다. 조리와 건강을 잘 챙기는 친구의 조언도 듣고 새롭게 반찬도 만들었다. 그녀는 약한 남편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반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다음 부드럽게 말하기는 원래 내가 잘하는 품목이다. 남편한테만 독기 어린 말을 하였지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기의 달인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책가방만 덜렁, 도시락은 안 가져왔네. 어디다 두었을까?”

 “어라, 내 손이 비워있네. 학교에서는 분명히 가지고 나왔어.”

 “나랑 같이 학교 끝나고 어디 어디 들렸는지 가보자.”

 “문방구에서 뭐 샀어?”

 “엄마, 여기가 내가 있던 자리인데 도시락이 안 보이네.”

 “그다음은 어데 갔어?”

 “음, 오락실에 갔는데. 엄마한테 좀 미안해요.”

 “괜찮아, 우리 아들 어데서 오락했을까?”

 “여기가 내가 오락했던 자리야.”

 “어머, 여기 있네. 옆에 잘 놓아두고 오락했구나.”

 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내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우리는 문방구 옆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매운 떡볶이와 어묵 한 컵씩 먹고 손잡고 집에 왔다.

 “엄마, 나는 참 행복해.”

 “뭐가 행복해?”

 “잘못했는데 혼나지도 않으니 기분도 좋고, 저절로 반성도 되니까 좋고.”

 우리는 동화 같은 하루를 보냈다. 


 남편한테도 아들한테 하는 대화법을 써볼까? 예쁜 얼굴은 3개월 가고, 부드럽게 말하는 여자는 평생을 간다고 했지. 대화법을 바꾸었더니 남편도 달라졌다. 

 “여보, 저녁에 김치찌개해서 먹을까?”

 “김치찌개는 내가 할게.”

 “당신이 어떻게, 그 어려운 찌개를 해?”

 “내가 희자하고 자취했잖아. 시장에서 낚지도 사서 낙지볶음도 해 먹었지.” 

 희자는 시집간 남편의 여동생이었다. 가정과를 나와서인지 반찬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고 자기 남편도 확 잡아 이겨먹고 똑 부러졌다. 언젠가 TV 요리시간을 보면서 희자가 말했다. 

 “저러면 안 되는데. 새언니, 부추가 들어가는 요리에는 마늘이 들어가면 안 돼요. 그러면 써서 못 먹어요. 아니면 생강은 조금 넣어도 되지요.”

 “아, 그래서 오이소박이에는 마늘을 안 넣는군요. 부추가 많이 들어가니까요. 아가씨는 요리 못 하는 것이 없지요? 너무 부럽고 배우고 싶어요.” 

 “언니, 내가 공부한 노트 저기 책장 어디 구석에 있을 거예요. 보고 싶으면 보세요.”

 며칠 후, 나는 시누가 썼던 요리공책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찾고 싶은 내용은 없었다. 남편 이기는 법은 안 배웠나 보다. 그런데 시누남편은 어쩜 그렇게 부인한테 잘할까? 하며 공책을 열심히 뒤져본 생각이 났다.


 “여보, 김치찌개 맛 좀 봐.”

 “어머, 너무 맛있어.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 최고야. 이렇게 잘하고서도 지금까지 나한테 숨긴 거야?”

 “맛있어? 이제부터 김치찌개는 내가 끊일 게.”

 남편 이기는 법은 같이 평등한 입장에서 남편을 진심으로 인간답게 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등한 입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면 평등한 입장이 안 되면 진심이라는 것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나부터 나와 남편은 평등하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수평선에 나란히 두 개의 점이 있으니 사실 이기고 지는 것도 없다. 도토리 키 재기이다. 

 남편에게 하나를 주었더니 다섯 개가 돌아온 셈이다. 먼저 주면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 따뜻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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