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제2막을 함께 할 배우자 그리고 아기만큼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늘 결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꿈꿔왔고 행복을 그렸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느낀 것은 꽃밭만 존재하지 않고 거칠고 무성한 덩굴 밭도 종종 지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금방 얻을 수 있었다. 결혼기념일 3주년을 맞아 오빠가 <요즘 부부를 위한 신디의 가족 관계 수업>이라는 책을 사 왔는데 내 마음속 생각을 너무 정확히 시각적으로 표현해놓은 문장을 발견했다. “결혼은 행복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장의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씀을 보고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아동 청소년 관련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데 부부관계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이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방향성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국 최종 목표가 아이를 건강하고 독립적인 성인이 되도록 하기라면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인 물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서로 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부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정서적 친밀감이 매우 부족했던 연애시절, 오빠와 싸울 때면 싸워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었다. 이 싸움 하나로 나를 버릴까 봐 공포에 휩싸여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만큼 소리를 질렀고 특히 여자사람인 소꿉친구와 있을 때면 나보다 그 친구를 더 사랑하게 될까 봐 질투를 넘어서 집착과 함께 계속 의심했다. 결혼 후 오빠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절대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꽃 같은 순간, 한 순간, 짧은 순간, 찰나의 순간, 잠깐의 순간, 눈 깜짝할 순간, 일분일초의 순간 등 빠르게 흘러간 시간을 표현을 하는 문장은 생각보다 많다. 꽃 같은 순간, 그때 한 우리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애착이 만들어졌다. 피곤하지만 강아지 산책 대신 가주기, 재밌는 드라마 한창 보다가 눈치 보며 tv 끄고 말 걸기, 자존심 질끈 버리고 전화 걸기, 화내는 대신 내 마음을 먼저 가라앉히기. 그 순간에는 분명 망설여졌지만 며칠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순간들이 부부관계를 바꾸는 것 같다.
불안정한 애착에서 안정 애착으로 바뀌자 오빠와 다툴 때 대처방식이 확연히 변했다. 갈등은 여전히 집 안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연애시절 때만큼 산불로 번지지는 않는다. 서로의 가정환경을 잘 알고 있고 거기서 생긴 상처를 알기 때문에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친정엄마를 통해 명령적이고 지시적인 면모를 무의식적으로 많이 습득했는데 오빠는 그런 내 모습을 무서워한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익산 아빠(시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했고 최대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경계하는 중이다. 물론 오빠는 나에게 필요한 애정표현을 끊임없이 해주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도록 노력한다. “오빠 나 사랑해?” 시도 때도 없이 물어도 그만 물어보라고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다. 이전에 비해 나는 감정 조절하는 부분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평정심을 찾기가 쉽지 않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면서 배우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
꾸준한 연마와 단련이 필요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