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메리카노

1주차 글쓰기

by 드래곤실버

내가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내가 지내는 홍성 관사 근처에는 걸어서 5분거리에 2층짜리 카페가 있다. 이 카페의 재밌는 점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킬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는 알바생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고 그들 각자의 레시피를 가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것을 '오늘의 아메리카노' 라고 부른다.


사실 나는 커피 맛을 잘 모른다. 그런 나도 알 정도로 이곳의 아메리카노는 맛이 일정하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커피 맛에 대해서는 태평양 보다도 넓은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되지 않는다. 오히려 늘 다른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었다.


1층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나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간다. 노래는 최신곡 아파트가 흘러 나온다. 나는 늘 앉는 자리에 앉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나는 카페에 사람이 적은 걸 선호한다. 다행히도 오늘은 사람이 한 두명 정도만 보인다.


진동벨이 울리고 나는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가져온다. 오늘은 어떤 맛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자리에 앉기 전에 꼭 한모금 마셔본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1구절을 떠올린다.


'한잔의 커피 그 출처는 빈곤.... 고맙다, 꼬마 바리스타 이런 현실 가슴 아프다해. But I need caffeine, 어서 샷 추가해.'


나는 가사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흥얼거린다. 그렇게 카페에서 가장 힘든 노동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나의 글을 쓰기 위한 노트패드에 글을 적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좋아한다. 이 시간을. 온전히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시간과 공간. 혼자 앉아서 나는 예전부터 꿈꿔왔던 카프카의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카프카는 노동보험 공단에서 일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생전에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죽고 난 후 그의 작품이 재평가를 받으며 유명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공무원이 된 다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대략 10년 후 공무원이 되었다. 지금 나는 약간이나마 카프카의 삶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혼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서 생각해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내 핸드폰이 진동한다. 누군가의 전화인가에 따라서 오늘의 아메리카노의 맛은 극단적으로 바뀐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면서 충고를 하는 것도 내 앞에서 가볍게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도 퇴근 후에 귀찮게 구는 것도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없으면 나에 대해서도 안좋게 말하고 다니겠지.


대강 어떻게 나에 대해 안좋게 말하고 다닐지 상상이 갔다. 좋은 사람이지만 도저히 친하게 지내기는 어려운 사람이다. 아니 친하게 지내기 싫은 사람이었다.


웃긴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그에 대한 험담을 속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만 하고살아도 세상은 짧은데 나는 혼자서 혀를 찼다. 이건 너무 불공평한 게임이다. 그런걸 생각할 수록 나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진다.


내가 싫어하는 건 딱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스스로 다짐 또 다짐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관련 설문조사를......"


전화는 다행히도 스팸같은 설문조사 전화이다. 내 아메리카노는 다시 고소하고 은은한 맛을 뽐낸다. 다시 나는 책을 읽고 노트를 끄적이고 유튜브를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모두 마신 나는 쓰레기를 1층에 반납하고 카페를 나왔다.


요즘은 상쾌하다고 하기에는 무더운 날씨다. 5월이나 4월 저녁날씨가 정말 좋은데. 나는 홍성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동기가 밤에 벚꽃구경을 하자고 말한 날을 기억한다. 우리 3명이서 조그만 하천가를 걸어다니고 맥주를 마셨었다. 그때 나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원한 저녁바람과 친구 그리고 낭만적인 풍경까지 하지만 오늘 날씨는 그러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였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저녁이었다. 가을이 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평일 저녁에 같이 산책 한번 가자고 동기형에게 말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