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하고 올려!

브런치 10주년 참가

by 드래곤실버

"글을 적고 공모전에 내보고 있긴 한데. 어디 올릴만한 데가 없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나는 하소연을 한다. 잘 나가는 그에 비해서 초라한 내가 내세울 게 없었던 내가 겨우 찾은 주제는 글쓰기였다. 그는 비트코인 투자, 지금하고 있는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 불안정한 주식상황에 대해서 말했다. 사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다른 테이블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의 말을 대강 듣고 넘겼다.


"그래? 대단하다. 너는 직장 다니면서 글 쓰는 거 안 힘들어?"


배배 꼬인 심성과 달리 그는 내게 진심을 보인다. 그는 예전부터 이런 친구였다. 늘 나보다 몇십 발자국은 앞서는 것 같으면서도 미워하기 어려운 친구.


"아니. 뭐 성과도 없고 그냥 분량만 채우고 내는 건데. 겨우 2만 자고 3만 자고 써서 내고 연락도 안 오고. 내가 쓴걸 읽지도 않아. 부끄러워서."


그렇게 쓰다가 완성을 못하면 그냥 버리고. 완성을 하면 공모전이라는 쓰레기통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투척해 버렸다. 이게 글을 쓰는 건지 쓰레기를 버리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본인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게 대단한거지. 너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거 좋아하더니 하나도 안 변했구나."

변했으면 했다. 사회 생활하면서 진급에 신경 쓰고 누구 라인을 타고 무슨 과장님과 친하게 지내고 그러고 싶었다. 투자가 어떻고. 정치가 어쩌고. 시끄럽게 떠들고 살았으면 했다. 내 앞에 있는 친구처럼 잘 나갔으면 했었다.


"뭐가 대단해. 그냥 소일거리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망상만 하고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냥 글쓰기로 도망치기만 했었던 것 같다.


"아니. 나는 그런 거 다 잊고 사는데. 너는 여전하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켠다. 나도 따라서 맥주를 들이켠다. 그리고 안주를 집어 들었다.


"너는 남부러울게 뭐 있어. 너는 결혼은 다다음달 예정에다가 회사에서도 잘나가고 신혼집도 있고. 번듯하게 살잖아."


"그거 다 대출이야. 아파트 문짝부터 내 거인건 하나도 없어."'


"누군 그렇게 대출도 못 받아. 나같이 미래 없는 애들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대출받으려 알아본 적도 없다. 어디 집을 살 생각도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 걸까 나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마. 우리 회사에도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작가가 꿈인 분이 계신데..... 하. 꿈이라니. 우리 나이대에 꿈 얘기하는 건 로또 얘기할 때 밖에 없던데. 우리도 나이 들었네."


사실 내가 변하지 않은 만큼 그도 변하지 않았다. 똑똑하고 못하는 게 없지만 다른 이들을 챙겨주기 좋아했던 그대로였다.


"근데 너는 글을 계속 쓸만해? 안 힘드냐?"


그가 술에 취했는지 했던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뭐 아직 괜찮아. 힘들면 그냥 관두면 되잖아. 내가 진짜 작가도 아니고. 포기하면 그만이지."


신선한 반응이었다. 내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은 내가 취미로 글을 쓴다고 얘기를 하면 다들 싫어했다.


'너. 업무도 신경 안쓰면서 글 쓴다고 떠들고 다니면 안 돼. 다들 싫어해.'


늦은 회식자리 집까지 배웅해주는 가운데 부장님이 내게 말했다. 나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 후로는 회사에서는 책과 글 얘기는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포기라니. 그러지 마."


"응원은 고마운데. 지금 당장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고 몇 번 써보다가 말면 그만이니까. 읽어주는 사람도 없는 글인데."


"어떤 글이던 일단 올려. 우리 회사에도 글쓰는거 좋아하는 분이 있어. 그 올리는데가 있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대."


술냄새에 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어떨까? 지금 내 얼굴을 나는 볼 수가 없다.


"그래. 엄청 고맙다 눈물 나게 고맙네. 진짜 너는 미워할 수가 없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와 나는 동시에 건배를 외치고 맥주를 다 털어넣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우리는 호프집을 나왔다. 우리는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야 신청하고 올리는 거다?"


그가 내게 말한다.


"알았어. 알았어. 일단 집에 가서 씻고 가입하고 술 깨고. 꼭 올리고 신청한다. 그리고 꼭 올린다."


나는 그를 보고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고 다짐하다가 - 넘어질뻔한다.


"취했네. 취했어."

"취했어. 취했네."


우리 둘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이 웃었다.


*약간 실화가 섞인 소설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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