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졔:소유에서 존재로
나는 알아주는 포켓몬 마니아이다.
내가 포켓몬 마니아가 되었던 건 강서구 내발산 유치원 보라반 '이생해씨가 이상해.'라는 그림책을 들고 유치원에 등원했을 때 관심어린이가 되었던 때부터였다. 그리고 내 인생의 중요 순간마다 포켓몬과 나는 늘 함께 했다.
초등학교 3,4학년때 했던 포켓몬스터 골드버전
중학교 2학년 때 닌텐도 ds를 사고 수학여행 가서도 했던 포켓몬스터 펄버전
고등학교 2학년 발매되었던 명작 포켓몬스터 하트골드
대학교 때 했던 포켓몬스터 블랙과 처음 3D로 나왔던 포켓몬스터 XY
군대에서 휴가 나와서 했던 포켓몬스터 알파사파이어
공무원 공부한다고 하면서 했던 포켓몬스터 썬문
그리고 이젠 진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며 그동안 모았던 걸 다 버렸다.
공무원 합격하고 산 스위치라이트와 포켓몬스터 아르세우스
22년도 발매된 포켓몬 스칼렛과 25년도에 나온 포켓몬 ZA
중간중간 갔던 포켓몬 행사와 포켓몬 굿즈 일본여행 가서 사 온 인형 등등. 이렇게 포켓몬 좋아하고 행복하게 지내서 좋았지만 요즘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그 고민의 시작은 샤브올데이와 포켓몬 콜라보 때문이었다. 오타쿠들은 한정판에 환장하고 특히 콜라보에는 더욱더 환장한다. 이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콜라보라는 건 결국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수량은 한정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콜라보 상품의 종류에 따라 평소와는 다른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팝콘을 먹는 피카츄라던가 극장 의자에 앉은 푸린, 도넛 위에 앉아있는 고라파덕등 희소성과 특이성을 함께 갖춘 굿즈는 오타쿠로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요즘 활발해진 콜라보를 보며 나는 포켓몬도 돈독이 잔뜩 올랐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저항 없이 미끄러지듯 포켓몬 콜라보 굿즈들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샤브올데이 굿즈는 문제가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유는 접근성이다. 콜라보 캔뱃지를 증정하는 조건이 평일에 샤브올데이 매장에 가서 5만 원 이상 결제를 하는 것인데 내가 평일에 거주하고 있는 홍성에는 샤브 올데이 매장이 없어서 너무 불편했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콜라보 캔뱃지가 샤브샤브와는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릇 콜라보라고 하면 그 제품과의 연관성이 있게 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예를 들면 크리스피 도넛과의 콜라보에서는 도넛 위에 포켓몬이 있는 키링을 발매했었다. 요거트 월드는 팽도리 요거트 볼과 스푼을 콜라보 제품으로 냈다. 그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샤브샤브와 연관이 있는 한정판 굿즈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냥 포켓몬 캔뱃지라니 이건 너무 성의가 없었다.
이쯤 되자 나는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콜라보 제품들의 집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포켓몬을 좋아하긴 하지만 한정판이라서 지금 얻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콜라보를 따라가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샤브올데이 캔뱃지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메타몽과 편의점 cu가 콜라보 소식을 접하면서 그 고민은 더 깊어졌다. 메타몽은 내 최애 포켓몬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몽은 너무 먼 곳으로 가버린 것 같다. 마치 내 애인이 나보다 훨씬 잘 나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내가 손을 쓸 새도 없이 편의점 굿즈들은 다 팔려버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캐리어 바퀴 덮개 같은 것만 몇 개 남아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굳이 원하지도 않는 굿즈를 팬심으로 사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다.
근데 그렇게 억지로 굿즈를 사야 하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당근에서 팔리는 한정판 포켓몬 굿즈의 가격을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놓치면 가질 수 없다는 것만 생각하고 그걸 진정으로 원하는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한테 필요가 없고 원하지 않는데 뭐 하러 집착을 했던 걸까.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메타몽 콜라보를 포기하면서 나는 다짐을 했다. 앞으로 포켓몬 콜라보는 내 마음에 드는 것 내 기준에 맞는 것들로 콜라보의 철학이 보이는 것들만 구입하기로. 끝으로 이 글을 읽으면 가장 기뻐할 나의 엄마에게 앞으로는 메타몽 뒤집게나 메타몽 빨래집게 같은 건 사지 않기로 선언하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