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13

주제:내인생의기준

by 드래곤실버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왔다.

이렇게 글이 시작되면 보통 우울한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런 글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오해를 할 소지가 있기 떄문에 글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다.

아빠는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왔다.

당시 아빠의 술주정 주요 레퍼토리는 학교 성적에 관한 것이었다. 뭐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학부모로서 아들의 학교 성적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내 성적도 크게 오르면서 나는 어느 정도 그 술주정을 즐기게 되었다. 스스로 학교성적이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용은아. 사람이 공부를 했냐는 건 하나만 보면 알아 근의 공식을 유도할 줄 아는가. 다른건 필요없어."

이건 아빠의 철학이기도 하지만 이젠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우리 아빠는 이과형 인간 그중에서도 수학형인간이다. 술먹고 취해서 근의 공식을 유도하고 그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했다.

"내가 치매에 걸리지 않는 이상 이건 유도 할 수 있다."

아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정도는 다들 유도할 수 있지 않아? 나이들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렇게 근의 공식이야기가 끝나면 아빠는 레파토리가 하나 더 있었다.

"3,4,5 5,12,13"

이건 피타고라스의 수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일반인 우리들이 직접 재밌게 유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공식이다.

a^2+b^2=c^2 직각삼각형의 가장 긴 변의 제곱은 다른 변들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것이다. 일반적로 그림을 그려서 삼각형과 사각형의 합을 통해서 간편하게 유도할 수 있는 공식이다.

아빠가 술에 취해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말하는 건 수학의 기본은 이해이며 그 이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공식이기 때문이었다. 술에 쉬해서도 나에게 수학, 그리고 이해의 중요성에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술주정이 나온게 아닐까.

"수학은 이해를 하고 공식을 유도를 할 줄 알아야해."


이렇게 글로 적어 놓으니 평범한 수학 시간처럼 보이지만 취한 40대 아저씨가 술냄새 풀풀 풍기며 했던 말 또하고 그래그래 하면 또 다시 근의 공식에 대해서 말했다가 피타고라스 이야기를 했다가 학교 시험성적 이야기를 했다가. 그래그래. 좋은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았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또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쾌한 경험은 결코 아니었지만 나는 아삐의 말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내 인생의 첫번째 기준은 여기서 나왔다. 엄밀한 논리구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배울 수 있는 것중에서는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나는 사람을 볼 때 어느 정도의 수리적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이건 수학성적이 높은지를 보는게 아니라 일상 생활이나 짧은 대화에도 되도록 모순이 없어야 하는 걸 뜻한다.

두번째 기준은 내가 아빠를 보며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아는 아빠는 똑똑하고 비상한 사람이었지만 그 능력만큼 행복한 인생을 살진 못했다. 내가 보기엔 아빠는 늘 복잡하게 생각했고 번거롭게 살았었다.

수학에서 증명은 단순할수록 간결할수록 아름다운 증명이 된다. 기계장치도 복잡할 수록 더 쉽게 고장이 난다. 나는 되도록이면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좋아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하고 하기 싫은 것이 뭔지 확실히 알고 살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진리는 단순하다 .짧고 설명할 것도 없어야 한다. 복잡함은 모순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복잡함을 다루려고 할 때 모든 문제가 생겨난다.비트켄슈타인이 했던 말이 있다.

"똥구멍 보다 높은 곳으로 똥을 싸지 마라."

내가 읽은 비트겐슈타인의 책에서 이해할 수 있는 몇안되는 문장증 하니였다. 나는 이걸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욕심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견딜 수 없는 복잡함은 욕심내지 말고 감당 할 수 있는 정도의 복잡함으로 사는게 필요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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