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나다운 삶
하필이면 날씨도 좋다.
2주 전 글램핑을 했던 주말에는 비가 왔었다. 장례행렬의 맨 앞 나는 유골함을 들고 있다. 장례식 특히 준비되지 않은 장례식은 어렵다. 소식을 듣고 나서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바뀐 건 없었지만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이것저것 정리가 끝나고 버스에 탔다. 나는 영정사진을 들었다. 버스 앞자리에 앉았다. 화장장과 추모공원이 함께 있다고 했다. 좀 오래 버스를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옆자리는 영정사진 그 옆은 눈물을 흘리고 나는 바깥 풍경을 봤다.
다들 복잡한 생각을 하나 보다. 나도 그래야 할까. 장례식장에서 추모공원까지는 내가 대강 알고 있는 길이었다. 아빠는 오늘도 주인공이구나. 나랑은 확실히 다른 사람이었다. 오늘은 그래도 집에 가서 잘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게 그나마 긍정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육개장 하고 수육 말고 다른 걸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버스에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오늘 끝나면 어떻게 돌아가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화장장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예상했던 다르다. 나는 울지 않았다. 죽은 다음의 모든 건 요식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온 다음의 모든 건 크게 의미가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다. 이 정도쯤에서 다들 울겠지.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고 유골함을 들었다.
화장장에서 봉안당으로까지 약간 걸어가야 된다고 했다. 나는 백색 유골함을 들었다. 무겁다. 무거웠다. 이게 정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인 의미로 무거웠다. 나는 웃음이 났다. 만일 소설 속 이야기라면 정신적인 성장 아버지의 삶의 무게 슬픔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유골함이 무게가 무겁다고 할 텐데 나는 근력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유골함이 무겁다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유골함을 떨어트리는 상상을 했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적어도 2025년 10월 최고의 불효자에 노미네이트 될 것이고 연말 올해의 불효자상에 입후보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최대한 힘을 준다.
'달리기 말고 상체 운동도 기회가 되면 해야 할지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게 장례 행렬은 움직인다. 아빠가 있을 위치는 봉안당으로 건물의 2층 마차자리였다. 신기하게도 이곳 봉안당은 별자리가 테마인 듯했다. 천체의 운동이니 행성이니 우주에 관심이 많은 아빠랑 어울리는 곳이었다. 가장 높은 자리. 그렇게 모든 식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갈 때보다는 분위기가 밝은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농담을 생각해 본다. 법무사를 만나면 '아버지가 죽은 건 처음이라 어떻게 일처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해야지.
퍽 재밌는 농담은 아닌 것 같다. 아버지가 2 명인건 법적으로는 어떻게 가능한 일일수도 있고 삼국지의 여포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가 3명이나 되었으니 농담으로 가볍게 얘기하기에는 민감한 주제일 수도.
그렇게 식이 다 끝나고 친척들과는 우린 대강 즐겁게 안녕을 하고 나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상속이니 이런 건 문제가 복잡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문제는 내일부터 어떻게 지내고 이제 생활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문제였다. 다음날에는 카페에 갔고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 다시 추모공원을 찾았다.
힘들게 옮긴 유골함이 멀쩡하게 있었다. 내가 아빠와 이렇게 멀리 떨어져 본 건 처음이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살아있으면 내가 재밌는 헛소리를 마구 해줬을 텐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아빠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유골함 무겁더라. 떨어트릴 뻔했어. 그거 떨어트리면 어쩔 뻔했어. 근데 그걸 떨어트리면 시청 환경과에서 나와야 하나? 아니면 추모공원에서 빠르게 수습하려나.'
그건 그렇고 유골함 무겁더라.